‘0.23%’ 중국인 유권자가 ‘내정간섭’? 권성동 발언에 “혐오 조장” 잇단 비판

윤기은·김세훈 기자 2023. 6. 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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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취득 3년 뒤 투표권
대선·총선엔 참정권 없어

“중국은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을 갖고 있다. 현재 약 10만명 정도의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 발언을 두고 “정치적 득실을 따져 이주민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성규 전국귀한동포연합총회 회장은 13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중국과 외교 관계가 좋지 않으면 중국 동포를 들먹인다. 국가 간의 문제임에도 개인을 끌어들여 ‘동포가 어떻다’는 식으로 혐오를 조장한다”며 “투표 인원도 많지 않은데 무슨 큰 작용을 하는 집단처럼 몰아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국적 동포 박동찬씨(27)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100만원 수준의 월급을 주는 것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재생산 기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게도 정치 참여권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아시아 국가 최초로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허용하고 있다.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납세 의무를 지는 외국인의 지역사회 권리 실현, 지방자치 활성화가 제도의 취지이다.

외국인 참정권이 내정 간섭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권 의원의 주장은 ‘침소봉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6·1 지방선거의 중국인 유권자를 9만9969명으로 추산했다. 전체 유권자 4430만3449명의 0.23% 수준이다. 더구나 외국인의 참정권은 지방선거로 제한된다. 대선과 총선에는 투표할 수 없다.

외국인 유권자는 늘고 있지만 투표율은 저조해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외국인 유권자 투표율은 2010년 35.2%, 2014년 16.7%, 2018년 13.5%, 2022년 13.3%이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 의원의 발언은) 중국과의 외교 문제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문제로 치환해버린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런 문제를 내세우면 사회에 혐오 문제가 더 깊게 뿌리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세계적으로 ‘한국은 외국인 혐오가 심한 나라다’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윤기은·김세훈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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