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탓·언론 탓…민주당, ‘방탄’ 덮으려 ‘늪’으로
의원들도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당 스스로 쇄신 의지 꺾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국회 체포동의안이 지난 12일 부결되자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방탄 비판을 피하기 위해 검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돈봉투 사태까지 터져 도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쇄신하겠다던 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방탄 정당’ 늪으로 들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내에서는 혁신 회의론은 물론 내년 총선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 새벽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뇌물 혐의 재판 관련 기사들을 여럿 공유하며 “이런 엉터리 증거로 사람을 구속하는 검사” “불리한 보도는 죽어라 쏟아내던 언론은 왜 이런 건 전혀 보도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관련 증언을 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이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여러 차례 바뀌었다는 이미지도 올리며 “아무 물증 없이 이런 진술만으로 정진상, 김용을 구속기소했다니…”라고도 썼다.
이 대표 글은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의원 다수의 반대로 부결된 뒤 올라온 것이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방탄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정치적 목적과 언론 보도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성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돈봉투 의혹을 두고 “확실한 증거 없이 검찰이 소설을 써서 영장을 만든 게 아닌가”라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20명이 돈을 받았다’고 규정하고, 받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 근거가 있느냐, 의도된 발언이 아닌가”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표결 전 의원들을 자극한 탓에 의도치 않게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주당 의원 다수는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증명했다. 혁신기구는 출범 전부터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돈봉투 사건에 대해 저희가 변화된 모습을 위해 혁신위를 열겠다는 건데, 저희가 혁신위원장 발표를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이래경 혁신위원장을 임명했다가 ‘천안함 자폭 발언’ 등이 논란이 되자 철회한 뒤 새 혁신위원장을 찾고 있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민주당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복수 추천된 인사들에 대해 논의 중이며, 특정 인사로 압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실 검증’ 논란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의도와 전날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당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모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돈봉투 의혹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 20명을 거론했다. 민주당의 입장이 지금과 같다면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때마다 부결시켜야 할 판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무도함을 강조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겠지만, 중도층은 민주당 비리 의혹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원욱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앞으로 체포동의안은 계속해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검찰의 무리한 수사냐, 아니면 민주당 의원들의 방어권 행사냐는 국민의 판단이 있으리라 보인다”며 “그것은 결국 내년도 총선 때 결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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