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중국의 ‘쿠바 도청시설’ 공식 확인…방중 복병 되나

김유진 기자 2023. 6. 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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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사장비 관련된 중국 기업 31곳 블랙리스트에 추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중국이 쿠바에서 도청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와 함께 미 상무부는 국가안보 위협과 인권침해 우려 등을 들어 중국 기업에 대한 무더기 제재를 발표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블링컨 장관의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 관계에 새로운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의 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쿠바에 있는 정보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미 언론이 익명의 당국자 입을 빌려 보도한 의혹을 블링컨 장관이 공식 확인해준 것은 처음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이 쿠바에 수십억달러를 지급하고 도청 기지를 세웠으며, 2019년 해당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는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2021년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을 때 중국이 군사력을 원거리에서 투사·유지하도록 정보수집 인프라를 세우면서 그들의 해외 병참기지를 확장하려는 민감한 노력에 대해 브리핑받았다”며 “중국은 쿠바에서 정보수집을 위한 시설 등 그것(정보수집)의 확장을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장소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이 곧 이뤄질 중국 방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이 블링컨 장관 방중을 앞두고 중국을 기선 제압하기 위해 이 사건을 과장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제2의 풍선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초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중국 풍선 사태가 불거지면서 방중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소통라인을 계속 유지하길 원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며 쿠바 내 중국 도청 시설 보도가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 기업 31곳을 포함해 총 43개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제재 대상 가운데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장비를 중국군 훈련에 제공하거나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극초음속 기술 개발과 관련된 기업들이 포함됐다. 특히 중국항공산업(AVIC)을 비롯해 여러 항공 관련 기업이 나토와 서방 장비를 사용해 중국군에 훈련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상무부는 AVIC 612 연구소 등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 공대공 미사일 설계 및 제조 등 우려 활동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에는 중국군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산 물품을 획득하거나 획득하려고 시도한 상하이슈퍼컴퓨팅기술 등도 포함됐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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