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갈등 풀 실마리 찾나

백경열 기자 2023. 6. 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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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 “종교 배척 안 돼” 발언 주목…반대 측 반발 여전
전문가들, 인근 ‘국제거리’ 조성 등 시 적극 행정 필요성 강조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건립 예정지 인근에 지난 12일 공사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펼침막이 각각 내걸려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목소리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수년째 묵은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해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원 건립에 따라) 주민들이 소음 등으로 생활이 불편하다면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하면 된다”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가 존중을 받으려면 폄훼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북구 일부 주민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특정 사이비 기독교 세력들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지역 주민이 아닌 종교계 관계자들이 주로 반대 목소리를 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슬람사원 건립에 찬성하는 듯한 홍 시장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공사 현장 인근 주민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기자회견 등을 열어 홍 시장을 규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행정 책임자의 수위 높은 발언에도 대구시나 북구에서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13일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와 관련해 아직 (홍 시장이) 별도로 지시한 내용은 없다”며 “북구가 관할 지자체라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구도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체부지 제공 등 방안을 살펴봤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 간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슬람사원과 인접한 경북대에서는 지난 8일 학생과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 이슬람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문화제를 약 2시간 동안 진행했다. 반면 사원 건립 반대 측은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 3개가 들어 있는 업소용 냉장고와 돼지머리 모형 1개를 가져다뒀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긴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구시가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대구의 행정 수장인 홍 시장이 북구에만 갈등 해결을 맡기는 건 무책임하다”며 “대구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경북대 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은 “(이슬람사원 건립 등에 대한) 홍 시장의 최근 발언이 갈등 해결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사원 예정지 인근을 ‘국제거리’로 바꾸는 등 지역사회의 혁신 동력으로 삼는 긍정적인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사원 공정률은 이날 기준 약 80% 수준이다. 건물 1층 바닥과 2층 외벽 공사 등 2~3주간 콘크리트 타설 작업만 마치면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건축주 측은 이달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벌였지만 인력 부족 문제로 완공 일자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무슬림을 포함한 건축주 7명은 2020년 9월 대현동 4개 필지에 대해 ‘종교집회장’으로 용도변경 및 증축 신고를 내 북구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2021년 초부터 소음과 악취,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했다. 그해 2월 북구는 공사중단 조치를 내렸으며 건축주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으나 이후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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