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위로와 용기를 준 ‘BTS 10년’
초기의 K팝은 내수기반이 약해 수출주도형 성장을 해야 했던 한국 제조업과 닮았다. 1차 목표는 ‘캐시카우’로 불리는 일본 시장 진출이었다. 팬들의 구매력이 높은 일본에서 수익을 올린 뒤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로가 보통이었다. 그래서 K팝 가수들에게 일본어는 필수였다. 콘서트 장에서, TV프로그램에서 일본은 한국 가수들이 일본어로 소통하는 걸 당연시했다. 관행을 깬 것은 걸그룹 ‘블랙핑크’였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일본 방송에서 한국어로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왠지 뿌듯했다. 일본이 더는 K팝의 절대시장이 아님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제는 일본 팬들이 한국어를 배운다.
지금의 K팝은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로컬 음악과의 융합으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추구한다. BTS(방탄소년단)의 2018년 곡 ‘아이돌’은 남아프리카 콰이토 리듬에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미국의 트랩 장르가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음악이다. 글로벌함과 록·발라드·힙합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은 세계 어느 음악도 흉내낼 수 없는 K팝의 고유함이 됐다.
BTS가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것은 세계시민주의적 보편성을 띤 서사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BTS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총탄처럼 날아오는 고난·우울을 ‘방탄(防彈)’하면서 ‘자신을 사랑하기(Love Yourself)’를 향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냈다. BTS의 메시지는 동시대 청년들이 자신을 비춰보는 스크린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니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라는 ‘Answer:Love Myself’의 가사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국가 한국에서 성장한 멤버들의 삶이 스며든 만큼 호소력이 크다. 이런 BTS 성공을 한국 문화의 우수성, K팝 산업의 체계적임 등으로 분석하는 것은 그들의 성취를 왜소화할 위험이 있다.
리더 RM은 데뷔 10주년을 맞은 13일 “저는 아직도 너무나 미숙하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낯설고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나아가보겠다”고 했다. BTS다움이 잘 드러난 메시지다. 13일부터 며칠간 서울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든다. 행복의 보라색이다.
서의동 논설실장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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