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아니라면서 매서운 칼바람 ‘판교 상륙’…후폭풍 어디까지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3. 6. 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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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삼성오피스. [박형기 기자]
경기 판교 정보기술(IT) 밸리에 구조조정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계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수익성 제고’와 ‘비용 통제’가 업계 화두가 된 상황에서 경영난이 심각하지 않은 회사까지도 적체 인력을 재조정하기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선 분위기다. 특히 스타트업 등 중소형 업체가 아닌 빅테크까지 ‘액션’에 나섰다는 점이 새로운 추세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2일부터 2주간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고연차 직원 대상의 이·전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창사 이래 처음 진행되는 인력 재정비 프로그램이다. 내부 직원들은 사실상 이를 ‘희망퇴직’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인 네이버, 카카오 전체적으로 볼 때도 첫 사례다.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 대상은 경력 10년 이상 또는 직책이 있는 직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은 지원자에 대해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과 별개로 최대 15개월 치에 해당하는 기본급과 이·전직을 위한 지원금 명목의 5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보면 최대 수천만원대에 불과해 수억원대에 달하는 일반 기업, 금융사에 비해선 강도높은 희망퇴직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와관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안팎에선 회사의 방향성을 놓고 ‘카카오 공동체’ 한 식구가 되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협력 사업 효율화를 위한 차원일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한 고참 직원은 “‘넥스트 챕터’가 원하는 사람에 한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면서 “대상이 되는 직원들은 강제적인 분위기가 덜하다보니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판교업계에서는 네카오에서 사실상 첫 희망퇴직 사례가 나온만큼 ‘넥스트 챕터’가 향후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만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업계와 달리 한국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어려운 상황인데 ‘넥스트 챕터’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이 괜찮다면 ‘판교 희망퇴직’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카카오의 기업간거래(B2B) 사업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주목된다.

만성적인 적자에 빠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달 초 임직원들을 카카오 계열사로 재배치하기 위한 공동체 이동 프로세스에 돌입했다.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와 검색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시킨 가운데 나머지 비핵심 사업 부문의 직원들을 수요가 있는 다른 계열사로 최대한 이동시킨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카카오 본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수요가 있는 계열사들이 모집 공고를 띄우고 이동을 희망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임직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면접을 보고 적임자에 한해서만 인력 이동이 가능한 구조다보니 사실상 유휴 인력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회사를 나갈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조직개편 발표 당시 회사가 당장 이달부터 임직원의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기 어렵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구성원들 동요가 컸던 터라 카카오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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