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대통령 “선관위, 아직까지도 정신 못 차려”
전직 법관이 전임으로 맡는 방안 제시
오늘 전임 국민의힘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직무감찰)를 받겠다고 한 것에 대해 “선관위가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중앙선관위와 각 지역 선관위 위원장을 현직 법관이 비상임으로 겸임하는 것과 관련해 전직 법관이 전임으로 선관위원장을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주호영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전임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을 초청해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는 오찬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오찬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해 “부정 채용에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전·현직 고위 간부 등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여당이 요구하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소쿠리투표’ 논란, 북한 해킹 은폐 의혹 등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선관위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정신에 맞지 않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주 전 원내대표가 현직 판사가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문제를 언급하자 윤 대통령은 “전직 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아서 전임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며 “그러면 비용이 드는데 감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장을 노태악 대법관이 맡고 있고, 각 지역 선관위원장도 현직 법관들이 비상임으로 겸임하고 있다. 선관위원장이 선관위 조직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구조여서 자녀 특혜 채용 등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돈 봉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내정 간섭 논란을 빚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해서는 “중국대사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초 윤 대통령은 지난 4월12일 전임 원내대표단과 만찬을 할 예정이었다. 당시 강원 강릉시 산불 피해로 만찬을 취소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등 외교 일정으로 인해 만남이 미뤄졌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와 국회 대정부질문 일정으로 오찬은 40~50분가량 짧게 진행됐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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