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4강 멤버들을 향한 축구계의 시선…“기특하지만 소속팀에서도 뛰려면 역량과 제도 모두 뒷받침 돼야”

권재민기자 2023. 6. 13. 2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대회 연속 4강을 달성한 멤버들이 소속팀에서도 많이 뛰어야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61)은 13일 강원도 원주 오크힐스CC에서 열린 ‘2023년 축구인 골프대회’ 개막에 앞서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끝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대표팀 선수들의 착실한 성장을 바라는 내용이었다. 이들 상당수가 세계무대에서 보여준 활약과 별개로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의 메시지는 더욱 크게 울려퍼졌다.

이날 정 회장은 “4년 전 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하던 당시 멤버들이 프로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러나 협회에선 이 선수들이 단순히 프로무대 준척급 자원이 아닌 A대표팀에서도 안착할 정도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A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단순히 연령대 최고 선수가 아닌, 10년 터울 선·후배들 사이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 이번 U-20 대표팀 선수들이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에 접어든만큼 상품 가치를 올리기 좋은 시기지만 소속팀에서 감독들이 너무 안 쓰는 경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K리그엔 유망주 육성과 기용을 위해 실시해온 ‘U-22(22세 이하) 선수 의무 기용 정책’이 있다.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친 끝에 현재는 U-22 선수가 선발 1명-대기 1명 이상 포함되고, 2명 이상 출장해야 5명을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주전급 U-22 자원이 없는 팀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10~20분만 어린 선수를 기용하는 경우가 잦다. 프로에 갓 입단한 19~20세 선수들보다 21~22세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정 회장은 “현장에선 마냥 어린 선수만을 기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내가 구단주로 있는 부산 아이파크에도 항상 유망주를 많이 기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성적을 내야 하지만, 전력차가 큰 상대를 만났거나 이미 승패가 기울어진 경기에서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골프대회에서 만난 현역 지도자들의 의견은 저마다 달랐다. 과거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보인 스타들처럼 주전급 기량을 가진 유망주들이라면 이들을 적극 기용하겠다는 의견이 주였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50)은 “고졸 신인은 1년차 땐 프로무대 템포를 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선수라면 6개월이 지났을 때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2년차 때는 눈에 띄게 성장한 경우도 있었다”라며 “선수의 특징과 장점이 팀에 필요하다면 나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배)준호도 우리에게 필요한 선수라 썼다”고 밝혔다.

김기동 포항 감독(52)도 “과거 이동국 등 경쟁력 있는 선수는 U-22 제도 없이도 잘 컸다”며 “우리처럼 키워서 써야 하는 팀에겐 유망주의 적극적인 기용이 좋을 수도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진섭 부산 감독(46)도 “어쨌든 U-22 제도가 있어서 연령별 대표팀에서 성적이 나고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현행 제도의 크고 작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년 전 U-20 대표팀의 준우승 신화를 일궈냈던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54)은 “이번 대회 성과는 4년 전보다 더 크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더 많이 뛰어야 한다”며 “현재 U-22 제도가 최선이며 나부터도 이영준(20)과 김준홍(20)의 경쟁력을 확인해봐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해외처럼 세분화 된 연령별 리그를 활성화하거나 일부 구단처럼 B팀을 활용한 K4리그 등 어린 자원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결국 투자와 마인드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하석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57·아주대 감독)은 “유망주들의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호재지만 선수들이 U-22 제도로 인해 대학교 2~3학년 때 중퇴하려고 한다”며 “선수가 떠난다고 하면 결국 보내줄 수밖에 없다. 4학년이 되면 학위만 따고 축구를 포기하려는 선수들도 많아 제도의 일부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주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