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수원] 역사 품은 ‘푸른지대창작샘터’... 예술공간으로 피어나다

김기현 기자 2023. 6. 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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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재활용 건축자산 ‘푸른지대창작샘터’
푸른지대창작샘터 내부 공간에 과거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 축사 관련 시설물이 존치돼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공간은 곧 실존의 증거이자 일상의 기록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가득하다. 수원 푸른지대 일대도 마찬가지다. 국산 1호 품종 딸기 생산지이자 산업화 시대 여가공간이었던 이곳은 지금도 매순간 활기가 넘친다. 다른 시각에선 다양한 영감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가가 작품을 탄생시키는 ‘예술의 장’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원특례시 건축자산의 문화적 재활용 세 번째 사례, 푸른지대창작샘터를 소개한다.

수원특례시 권선구 수원탑동시민농장 입구에 위치한 푸른지대창작샘터 건물 외부 전경. 수원특례시 제공

■ 역사를 품은 우리 터전 ‘푸른지대’

사통팔달의 중심 수원역에서 서수원 방향으로 내리 달리다 보면 어느새 ‘푸른지대삼거리’가 등장한다. 권선구 탑동 505번지 일대 들판을 일컫는 ‘푸른지대’는 서울대 농대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이곳은 1950년대부터 박준철이라는 사람이 경영하던 과수원이었다.

서울대 농대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 신품종 딸기 ‘대학 1호’를 재배하면서 대표적인 딸기 산지가 됐다. 딸기밭이 인기를 끌자 인근 농가도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총 21만여㎡에 달하는 딸기밭이 형성됐다. 푸른지대라는 이름을 얻게 된 계기다.

1970년대 들어선 봄철 나들이 명소로 유명세를 떨쳤다. 당시 푸른지대에서 딸기를 먹고 서호를 산책한 뒤 갈비를 먹는 ‘수원나들이’가 꽤 인기였다고 한다. 늦봄 딸기밭 소풍이 나들이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면서 수원의 번화가가 사람으로 가득 차고, 대중교통도 확대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화려한 전성기도 잠시, 1980년대부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비닐하우스가 보급되면서 딸기 품종의 개발과 보급이 늘어나 딸기 산지로서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후엔 서울대 농대가 푸른지대 일부 공간에 축사를 지어 실험목장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2003년 서울대 농대 캠퍼스가 서울로 이전되면서 건물과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이에 시는 방치됐던 실험목장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역사성이 뛰어난 사료창고 등 건축물은 보존하고, 실험용 축사로 사용된 건축물은 리모델링해 지역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자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의 작업실 내부 모습(왼쪽), 푸른지대창작샘터 전시공간 및 대형 작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 중앙 천창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 관심·손길로 탄생한 ‘예술의 장’

탑동 505번지 일대는 여전히 푸른지대다. 시민을 위해 운영되는 수원탑동시민농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 텃밭마다 작물이 한창 푸름을 뽐내고 있다.

수원탑동시민농장 정문으로 들어서면 입구에 오래된 단층 건물이 눈에 띈다. 언뜻 봐도 반백년은 넘어 보이는 외관이다. 하지만 세련된 글씨체의 간판과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소품 등이 곳곳에 있어 새로운 활력이 느껴진다.

시가 지난 2019년 3월부터 1년여간 서울대 농대 실험목장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푸른지대창작샘터’다. 이곳 주출입구로 들어서면 외관과는 달리 세련된 공간이 펼쳐진다. 깔끔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는 예술인들의 레지던시 공간이 마련됐다.

일부 축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을 철거하면서 생긴 공간을 빙 둘러 15개 작업실(37.7㎡ 14개, 62.3㎡ 1개)이 배치돼 있다. 각 작업실 사이에는 회의실, 전시공간, 냉장고 등이 구비된 공용공간이 있다. 덕분에 개인적인 작업을 하며 생활하거나 다른 작가와 소통이 가능하다.

공간마다 남겨진 오래된 벽은 건물이 견뎌온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중앙에서 왼쪽으로 넓게 펼쳐지는 ‘오픈스페이스’에는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각각 다른 목적으로 활용됐던 공간을 이어 붙인 흔적이 남은 바닥과 그대로 노출돼 있는 오래된 지붕 구조물이 그렇다.

중앙 부분에 새로 낸 천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자연스럽게 머물러 아늑한 느낌도 준다. 특히 끝부분에는 소가 여물을 먹던 시설을 존치해 역사성을 이었다.

지난 6월 첫째 주에 진행된 푸른지대창작샘터 오픈스튜디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개방된 작가 공간과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 예술과 소통이 움트는 ‘푸른지대’

푸른지대창작샘터는 예술인을 위한 레지던스다. 시는 이곳 회화,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0년부터 대학교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단을 꾸려 레지던시 활동과 작품 및 전시 경력, 포트폴리오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프로그램 참여 작가를 선발 중이다.

현재는 3기 작가들이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푸른지대창작샘터는 넓게 트인 공간과 깔끔한 내부 구조 등 쾌적한 환경을 갖춰 작품 활동에 집중하기 좋고,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2·3기 전은진 작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레지던시 중에서도 깔끔하고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다른 작가들도 관심이 많다”며 “레지던시에 모인 작가들끼리 동시대 미술인으로서 좋은 자극을 주고받으며 역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푸른지대창작샘터는 시민과 예술의 접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참여 작가들이 시민의 문화예술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에 동참하면서다. 오픈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1년에 한 번 푸른지대창작샘터 전체를 개방해 작품 감상은 물론 평소 예술가들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수원연극축제와 수원문화재야행 등에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여름 방학 기간 중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생들이 시각예술을 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작가들이 중심이 되는 전시회를 개최해 시민에게도 다양한 시각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원의 문화예술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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