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건설노동자 분신 망언 논란 사과 거부···“과녁 잘못 잡은 것”

김윤나영 기자 2023. 6. 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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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장관, 양회동씨 동료 두고 “석연치 않다”
경찰 무혐의 처분한 ‘분신 방조’ 의혹 거듭 제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의 분신을 민주노총 건설노조 동료가 방조했다는 취지의 과거 주장을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그런 비난은 과녁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원 장관은 당시 분신 현장에 있던 건설노조 간부에 대해 “매우 석연치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경찰의 ‘자살 방조 혐의가 없다’는 발표를 부정한 것이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회동씨 분신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제가 고 양회동씨의 죽음 그 자체에 대해 평가하거나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제가 고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다거나 고인의 죽음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그러한 요구나 비난은 과녁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달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동료가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불을 붙이던 현장에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이를 말리지 않고 한참 동안 바라만 봤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해당 SNS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 “당시 안타깝고 극단적인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니까 그 옆에 있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위원장이 1분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전혀 만류하는 행동이나 발언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봤다”며 “너무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의문스럽다고 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 후 보도를 보니 그 부위원장은 그때 당시에는 정신이, 그냥 전기가 나가버린 상태 비슷해서 기억이 안 난다고까지밖에 발언을 못 하더라”라며 “자기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그 발언 자체도 매우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동료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원 장관은 민 의원이 “경찰이 자살 방조 정황이 없다고 일축했는데 안 믿는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 부위원장이 그때 가서 왜 10여m나 떨어져 있으면서 왜 다가가지도 않았고 말리지도 않았느냐”라며 “실제 그 후에 여러 가지 진술들이 보도된 것을 보면 본인은 결정적인 시간대에는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넘어가고 있다. 기억이 안 난다, 이거 어디서 자주 듣던 이야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원 장관에게 “정치인 이전에 인간이 돼야 한다. 이건 패륜”이라며 “유족들이 와 있으니 말씀 삼가라”라고 비판했다. 원 장관은 “옆에 있던 부위원장의 수수방관을 지적한 것”이라며 “부위원장님, 지금도 기억이 안 나십니까”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허위 보도에 기대서 한 노동자의 죽음을 폄훼해도 되나”라고 물었다. 한 총리는 “허위 보도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 국토부 장관으로서는 그때 그 옆에서 방관한 것과 같은 자세를 보고 그 후에 그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한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원 장관의 주장은 “자살 방조 정황은 없다”던 경찰의 발표와 배치된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양씨가 주변 바닥 등에 먼저 시너를 뿌리고 손에 라이터를 든 채 동료와 주위 사람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한 뒤 분신한 것”이라며 “바닥에 시너가 뿌려진 상황에서 곁에 다가갔다면 말리던 사람도 함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와 양씨의 유족은 지난달 22일 ‘자살 방조 의혹’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와 원 장관을 고소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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