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이어 엔터테인먼트도…군살 빼기 돌입한 카카오

배한님 기자 2023. 6. 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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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희망퇴직 등…경쟁력 낮은 사업 정리
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웠지만…적자 메워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 /사진=배한님 기자

인수·합병으로 덩치 키우기에 집중하던 카카오가 인력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경영 효율화를 통해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클라우드 부문만 남기고 해체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정리해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고연차 직원의 이·전직을 돕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 신청을 받는다. 대상은 직군 관계없이 직책자 및 10년 차 이상(타사 경력 포함)이다.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은 신청할 수 없다. 퇴사일은 오는 7월31일이 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대해 '인력 선순환을 위한 결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탄탄한 경력이 있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거나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고 싶은 고연차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저연차 직원은 더 중요한 일을 맡음으로써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측 설명에도 불구,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카카오의 B2B(기업 간 거래)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지난달 12일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클라우드 외 사업부 구성원 900여명은 카카오 자회사로 이동하거나 퇴사 수순을 밟게 된다. 당시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상대적으로 성장성·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비핵심사업들에 대해서는 사업 철수·매각·양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카카오 자회사의 구조조정은 수익성 악화 문제 때문이다. 수년 간 카카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데다, 자회사들의 적자가 본사인 카카오의 실적까지 갉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분기 개별기준 카카오 영업이익은 1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으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1% 감소했다.

첫 구조조정 대상이 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영업손실 1406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약 500억원 늘었다. 아직 서비스 개발과 완성도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고 핵심 캐시카우도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이던 추가 투자 유치에도 실패했다. 2021년 외부에서 유치한 1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은 올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7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2022년 영업손실은 138억원이다. 매출은 1조8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었지만, 많은 콘텐츠 자회사를 인수하며 부작용에 시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연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해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만 1조2000억원을 썼다.

이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레전더리스와 사운디스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각하고, 타파스엔터테인먼트 한국 법인과 인도 웹툰 플랫폼 크로스코믹스를 청산한 바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타파스, 래디시, 우시아월드 등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한꺼번에 인수한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카카오가 적자 폭이 큰 자회사를 추가로 정리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2020년 영업적자 262억원에서 2022년 518억원까지 적자 폭이 늘어난 카카오스타일 등이 다음 대상으로 거론된다.

카카오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 CIC(사내독립법인)와 검색 CIC로 나뉜 것처럼 카카오 전반에서 사업들이 CIC로 분리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성과나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을 팔기 위한 밑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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