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심근병과 심비대로 만난 연인

2023. 6. 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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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최근 심장이식을 받은 두 남녀가 심장환자들의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 사랑을 꽃 피우고 지난 11일 결혼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신부는 13세 때 희귀질환인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심장이식을 받게 됐다.

그 후 온라인 카페에서 자기 경험을 공유했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해 성심껏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답을 해왔다. 그리고 카페 회원 중에서 심각한 심비대로 인해 기계에 의존하여 생명을 겨우 유지하다가 심장이식을 받은 신랑을 알게 됐고 2021년 처음으로 직접 만나 사귀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심장 내부의 혈액을 대동맥으로 내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로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근육들이 수축할 수 있는 능력이 심각하게 감소하면 심장은 늘어나서 커지지만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데 이것이 확장성 심근병이다.

반대로 근육이 정상적으로 확장을 못해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는 제한성 심근증이다. 그리고 심장 근육이 매우 두꺼워지면서 뻣뻣하게 되어 수축 이완이 잘 안되면 비후성 심근병이라고 한다. 특히 확장성과 비후성 심근병 때는 부정맥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심근병은 심해질 때까지는 진단이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본적인 치료도 쉽지 않다. 특히 심근병 중에서 가장 흔한 확장성 심근병은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남자에서 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여성도 앓을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 알코올, 약물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약 20%에서는 유전적인 요인도 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후성 심근병은 청소년기와 젊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며 유전적인 요인이 좀 더 많이(약 40% 정도) 작용하며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제한성 심근병은 비교적 드물며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조직에 침착되어 기능을 못하게 하는 아밀로이드증과 철분이 과도하게 침착하는 혈색소 침착증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수개월에서 수년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흉부 X-선 촬영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심장 기능이 감소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데 주로 활동할 때의 피로감, 쇠약감, 운동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질병이 더 진행하면 호흡곤란이 발생하게 된다. 대개는 우심실 기능은 유지되지만, 복부에 물이 차거나 목 정맥 확장, 간 비대,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우심실까지 손상될 정도로 많이 진행된 것이므로 이 때 예후는 나쁘다.

치료는 심장에 부담이 되지 않게 과도한 운동을 피하고 소금 섭취를 제한하며 금주를 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는 등의 노력을 하여 심장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약물 투여를 통해 심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심장병처럼 적절한 시술이나 수술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생활습관과 약물로 최대한 진행 속도를 늦추는 노력을 할 뿐이다. 간혹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이미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의 예후는 상당히 나쁘다. 따라서 일상생활이 곤란해질 정도로 심해지면 심장이식을 고려해야 한다지만 심장이식은 심장을 기증하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신랑이 앓은 심비대는 다양한 심장질환이 진행되어 심장이 더 이상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을 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심장이식 전에 체외 산소 공급기와 좌심실 보조장치에 의존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심장이식을 받은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이식된 심장의 기능 유지 외에도 거부 반응, 감염, 임신중독증, 당뇨 등의 가능성에 주의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2018년 국내에서도 분만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새로 인생을 시작하는 부부에게도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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