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패배에 베팅한 이재명

2023. 6. 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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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요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촉'(觸)이 둔감해진 것 같다. 이 대표의 행보를 보면 '이건 아닌데' 하는 일이 연속 일어나고 있다. 이래경 혁신위원장 임명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만찬, 체포동의안 부결 등을 보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직감하고 동물적 감각을 발휘하던 때에 비해 느슨해진 느낌이다. 이재명이 누구인가. 대선 낙선 석 달도 안 돼 전혀 연고도 없는 계양을 재보선에 나가 의원직을 꿰차고 다시 석 달도 안 돼 당대표까지 거머쥐었다. 득(得)이 된다면 체면 따윈 없었다. 그런데 위 세 가지 경우를 들여다보면 셈을 잘못하지 않았나 싶다.

천안함이 자폭했다고 한 이래경 씨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 대표의 처사는 북 어뢰공격으로 폭발했다고 생각하는 75% 국민의 화를 돋웠다. 그런 말 한 줄 모르고 앉혔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앉혔다면 그의 판단력은 빛이 바랜 거다. 물론 북 소행을 믿지 않는 20%의 확실한 자기편을 바라본 결정이었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국민 다수인 75%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중도층인 이들이 이 씨를 임명했던 이 대표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짐작할 만하다.

싱 대사와 만난 건 형식이나 내용 모두 실이 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성한 정신 갖고 있는 이 치고 중국의 행태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사람 드물다. 국내외 각종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 비율은 80% 안팎이다. 싱 대사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윤석열 정부에 협박성 발언을 해댔다. 이 대표는 그 옆에서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중국 대사관측에서 연출하고 싶었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명·청 사신이 묵는 태평관을 찾아가 몸을 조아리는 조선시대 사대 선비가 연상됐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설마 이번에도 안면몰수 방탄 표결을 할까 지켜보던 국민들을 또 실망시켰다. 추후 이 대표에 대해 추가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적 투표라는 해석이 있다.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고 나중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킬 수 없지 않느냐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낙인효과 측면에서 보면 이번에 가결하고 다음에 부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선택지였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미 한 번 있었고, 친명계가 생존 문제로 여긴다는 것이 대중의 인식이다. 반면 노웅래, 이 대표에 이어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연속 부결한 것은 민주당이 부도덕한 당이라는 낙인효과를 크게 강화했다.

민주당의 오염수 선동도 점수를 깎아먹는다. 오염수가 한국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도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오염수 피해를 따진다면 해류 영향으로 러시아 미국 캐나다가 더 클 것인데, 조용한 편이다. 미신이 과학을 이길 순 없다. 급증하는 한국인의 일본관광객도 이걸 말해준다. 올 들어 4월말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관광객이 206만명이나 된다. 올 한해 700만명을 찍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일종족주의 선동이 통할 리 없다. 그렇다면 힘을 낭비할 게 아니다.

특히 내년 총선 표를 계산한다면 중국과 엮이는 것은 금물이다. 중국은 이제 한국인에게 식어버린 바비큐그릴의 숯이다. 사드배치 보복으로 중국시장에서 롯데그룹이 당하는 광경을 생생히 목도했다.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은 1%도 안 되고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수직하락 중이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신호와 중국인 특유의 집단강박증이 작용 안했다고 볼 수 있을까. 중국은 WTO 가입국임에도 지난 10년간 온갖 불공정 정책을 통해 자국 배터리기업을 보호했고 우리 배터리기업을 차별해 리튬인산철 배터리에선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모든 것이 더티 플레이의 결과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대중 수출비중(올해 1~5월 19.6%)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묘한 안도감을 갖는 것은 무얼 의미하나.

중국은 이미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패배하고 있다. 싱 대사가 말한 '후회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머잖아 드러날 것이다. 민주당의 친중은 반미를 위한 탈출구로서만 존재한다. 한국 수구좌파의 친중은 계보가 없다. 이 대표의 '기발했던' 촉은 어디 갔나. 패배하는 쪽에 베팅하지 않길 바란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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