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사전출판 논문 비평 나선 젊은 연구자들

한겨레 2023. 6. 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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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신속하게 공개된 과학 논문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정부가 방역 대책을 짜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연구자들이 사전 출판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팬데믹이 과학 논문의 소통 양식을 바꿨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영국 등지 젊은 연구자들은 이달 초 학술지 <네이처 인덱스> 에 "사전 출판 논문: 동료심사를 하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을 실어, 2년 넘게 이어온 자발적인 논문 비평 활동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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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학술지의 정식 전문가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온라인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먼저 발표되는 과학 논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부쩍 늘어났다. 사전 출판은 신속한 논문 공유라는 장점이 있지만, 간혹 부실한 논문은 언론 보도와 정부 정책 입안 과정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식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전 출판 논문들을 읽고 비평하는 활동이 최근 일부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이어지면서 신선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과학 논문들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신속하게 공개된 과학 논문들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정부가 방역 대책을 짜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체를 분석하고 감염병 증상의 특성을 널리 알렸다. 당시 많은 논문이 전통적인 경로인 학술지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연구자가 온라인 공유 플랫폼에 곧바로 공개하는 ‘사전 출판’(preprint) 형식으로 발표됐다. 논문 출판 시간이 대폭 줄었고 누구나 온라인에서 논문에 접근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이 사전 출판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팬데믹이 과학 논문의 소통 양식을 바꿨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더러 부작용도 나타났다. 심사 절차를 건너뛴 사전 출판 논문은 섣부른 해석이나 잘못된 데이터로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언론매체에 보도됐다가 이후에 문제가 드러나 철회되는 경우도 있었고, 방역 정책에 잘못 반영되는 일도 벌어졌다. 논문 철회와 연구부정을 추적하는 전문 매체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watch.com)를 보면, 지금까지 철회된 코로나19 논문은 6월13일 현재 339편으로 집계됐는데, 상당수가 사전 출판 논문이다.

사전 출판이 늘면서 느슨해진 논문 비평과 검증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신속한 공유의 장점은 살리되 약해진 비평과 검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대안이 논의돼왔다.

최근엔 대학원생과 젊은 연구자들이 사전 출판 논문을 읽고 비평하는 활동에 나선 사례가 알려져 관심을 끈다. 미국, 영국 등지 젊은 연구자들은 이달 초 학술지 <네이처 인덱스>에 “사전 출판 논문: 동료심사를 하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을 실어, 2년 넘게 이어온 자발적인 논문 비평 활동을 소개했다. 글 제목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에 빗댄 말이다.

면역학 전공자인 이들의 활동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했다. 팬데믹 초기에 쏟아진 사전 출판 논문들 중 좋은 논문과 부실한 논문을 가려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종 논란이 빚어지자, 사전 출판 논문을 직접 읽고 따져보는 활동에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대학원생과 젊은 연구자들이 뭉쳤고, 이어 스웨덴과 캐나다의 젊은 연구자들이 합류하면서 ‘프리프린트 클럽’(preprint.com)이라는 정식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런 활동이 일석삼조라고 소개한다. 각지의 젊은 연구자들이 매주 온라인 공간에 모여 토론하면서 전문성을 넓히고 편향을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배울 수 없는 경험과 성장의 기회가 됐다. 사전 출판 논문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 기성 학술지도 참여했다.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는 2021년 2월호부터 젊은 연구자들의 사전 출판 논문 비평을 싣는 고정란을 두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과학을 더 민주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영향력 있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화하고 난해한 과학 논문이 쏟아지는 시대에 이를 먼저 읽고 비평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활동이 각지의 여러 분야에서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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