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폭증하는 日…국내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

김국배 2023. 6.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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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놓은 '아날로그 일본'
"디지털 전환 수요 느는데, AI 기업 부족"
네이버, 야후재팬과 AI 추천 기술 협력
올거나이즈·뤼튼 등 일본 시장 속속 뚫어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는 최근 일본 3대 은행 미쓰이스미토모와 AI 광학문자인식(OCR) 솔루션 ‘알리 포 그린(for green)’을 공동 개발했다. 이는 종이나 PDF로 받는 청구서·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정보를 AI가 자동으로 추출해 데이터화 하는 솔루션이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했던 부담을 덜어준다. 미쓰이스미토모는 올거나이즈의 투자사이자 고객사다.

올거나이즈는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함께 일본 내에서 알리 솔루션 영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올거나이즈 관계자는 “일본은 이제 막 AI OCR 시장이 커지는 중”이라며 “다양한 서식이 존재하는 만큼 비정형 장표를 인식할 수 있는 알리 솔루션 문의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고객층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거나이즈는 2025년을 목표로 일본 증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생성형 AI 등 신기술을 무기로 ‘아날로그 일본’을 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일 양국의 셔틀 외교(상호 방문)가 12년만에 복원되면서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이자, 일본 진출이 활기를 띨 거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반도체 등 ICT 수출 부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AI 서비스 등을 유망 수출 품목으로 키우기로 한 것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日, 수요 대비 AI 업체 적어 기회…정부, 글로벌 AI 바우처 지원

흔히 일본은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나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여전히 이메일보다 팩스가 민간·공무원 사회의 주된 업무 연락 수단이다. 이 때문에 ‘AI 도입도 늦지 않겠냐’는 부정적 시선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업계는 “코로나를 계기로 일본 사회에도 디지털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는 지난 4월 챗GPT 같은 AI 확산에 대응해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AI 전략팀’을 설치하는 등 최근엔 중앙정부에서부터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챗GPT를 향한 관심도 높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일본도 타 국가와 시차가 있을 뿐 AI 등 신기술은 결국 도입될 것이어서 일찍 시장에 침투해 정착하는 게 유리하다”며 “오히려 일본은 디지털 전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대응 가능한 AI 테크 업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셔틀 외교 복원을 계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일본 총무성 차관과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만나 장관급 디지털 협의체(디지털정책포럼)를 신설하기로 합의하는 등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물꼬도 트였다. 협의체는 AI 등 첨단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과기정통부는 ICT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자, 수출의 패러다임을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AI, 메타버스 등으로 전환하겠다며 ‘디지털 분야 해외 진출·수출 활성화 전략’까지 내놓은 상황이어서 기대가 크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AI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신설하며, 국산 AI의 해외 확산을 위해 해외 구매자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글로벌 AI 바우처’도 지원하기로 했다.

네이버, 야후재팬과 협력…뤼튼, 이달 AI 신제품

국내 기업들은 이런 일본을 ‘기회의 시장’으로 여기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AI 기반 상품 추천(에이아이템즈), 장소 추천 기술(에어스페이스)을 야후재팬에 적용하기 위해 협업 중이다. 쇼핑 영역에선 가격 비교, 상품 카탈로그, 추천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으며, 로컬 영역에선 일본 골목 식당 등 지역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과 야후재팬은 오는 10월 합병 법인인 ‘라인야후’ 출범을 앞두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과 협력해 2년 전인 2021년 약 2700년 분량의 일본어 데이터를 학습한 일본어 특화 초거대 AI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은 자체 초거대 AI 모델을 갖고 있진 않다. 현재 소프트뱅크와도 기술 활용 논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초거대 AI 기술 자체 경쟁력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 우위”라고 설명했다.

올거나이즈의 경우 AI가 여러 문서에서 정보를 종합해 답하는 ‘알리GPT’를 카오, 다이이치 생명 등에 도입하기 위해 PoC를 진행하고 있으며 업스테이지는 일본 법인 설립을 위해 코트라(KOTRA)와 논의 중이다. 슈퍼브에이아이도 일본 기업 닛폰 스틸에 머신러닝 데이터 관리 플랫폼(슈퍼브 플랫폼)을 공급했다. 광고·제품·회사 소개 문구 등을 자동 생성해주는 AI를 만든 튀튼테크놀로지스는 이달 중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라인’과 연동된 ‘AI 랩’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일종의 ‘캐릭터 페르소나 설정’이 가능한 챗봇이다.

사토 야스오 올거나이즈 일본 법인장은 “한일 관계 개선으로 양국에 걸친 사업에 관한 조언을 요청하는 고객 기업이 늘어나는 등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생성형 AI 기술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어 제이커브(J curve) 를 그리는 매출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김국배 (verme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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