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다이어트' 성공한 日기업 … 韓은 노조 등쌀에 비용늘어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6.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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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대표기업 비교 ◆

2021년 여름 삼성전자는 창사 52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임금 인상을 논의했다. 같은 시점에 일본 파나소닉은 50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 한창이었다.

양국 대표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 보여준 모습은 이처럼 정반대였다.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되자 한국과 일본 기업이 어떻게 팬데믹 시기를 보냈는지를 나타내는 성적표가 기업들의 이익과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반면 한국 기업은 여전히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19년 11월 한국노총 산하에 전국삼성전자 노조가 설립된 이후 팬데믹 기간 삼성전자 사측은 매년 임금을 인상했다.

일본 기업은 팬데믹을 버티지 못하면 망한다는 위기감 속에 극도의 원가 절감과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장기 불황에 대비해 저비용 구조로 전환한 셈이다. 반대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은 세계 각국의 돈 풀기에 따른 '반짝 호황' '노조 눈치보기' 등의 이유로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13일 블룸버그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말 합산 직원 수는 24만5552명이다. 이는 2020년 3월 말 대비 10.9% 증가한 수치다. 소니, 도요타, 다케다약품공업,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 4곳의 직원 수는 3년 전에 비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 감소한 76만4873명이다. 한국 기업은 올 1분기 판매관리비 역시 일본(14조5570억원)보다 1조3090억원을 더 지출하고 있다. 한국이 팬데믹 시기에 더 공격적으로 직원을 늘리고 사업을 확장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양국 기업의 대응 방식은 사뭇 달랐던 셈이다.

비용이 늘면 순이익이 줄어들어 배당과 투자 여력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3년 새 순이익 증가율은 일본이 32%로, 국내 기업(29.1%)을 능가했다. 이는 일본 증시(닛케이지수)가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코스피를 압도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이들 일본 기업은 순이익 7조9550억원을 올렸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6조5750억원)보다 1조3800억원을 더 벌었다. 양국 간 순이익 규모 차이는 같은 기간 양국의 판관비 지출액 차이와 엇비슷하다. 국내 기업이 비용 절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일본과 대등한 순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3년간 구조조정 양상은 이 같은 차이를 설명한다. 삼성전자의 2020년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5조3250억원, 4조261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같은 전자업종의 대표주자 일본 소니의 매출과 순이익은 19조1500억원, 3590억원으로 삼성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후 3년간 삼성전자는 기존 반도체·스마트폰·가전·전장 등 4대 사업에 안주했다. 작년까지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실적이 좋았고 이를 근거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응답했다. 작년 평균 임금 인상률은 9%에 달했다. 2020년 1분기 대비 올 1분기 삼성전자 판관비 증가율은 21.9%에 달한다. 직원 수 역시 3년 새 13.6% 늘어나 12만1404명이다.

소니의 직원 수는 지난 3월 말 현재 10만8900명이다. 3년 전만 해도 11만1700명으로 삼성전자보다 많았는데 그사이 2.5%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인건비가 줄면서 판관비 역시 3년 새 21.3% 절감하며 삼성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사실상 100% 하드웨어 회사인 삼성과 달리 소니는 게임, 영화, 음악 등 소프트웨어 매출이 전체의 56.8%(올 1분기 기준)를 차지한다. 금융도 매출의 16.1%를 담당하며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삼성과는 TV,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 일부 가전·전장 사업에서 경쟁하고 있다. 소니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삼성과 엇비슷해졌다. 3년간의 비용 절감과 사업 재편으로 소니의 이익이 3배 증가할 동안 삼성의 순이익은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3년 전 7.7%였던 삼성전자 순이익률은 올 1분기 1.9%로 급전직하했는데 소니는 1.9%에서 4.2%로 반등했다. 소니 주가는 올 들어 13일까지 37% 올라 삼성전자(30% 상승)를 능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와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현대차그룹에 크게 앞서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도요타는 3년 새 판관비를 9.3% 줄이면서 지난 1분기에 5조9380억원을 썼다. 차 판매 3위인 현대차그룹은 판관비가 되레 25.6%나 급증해 6조1280억원을 지출했다. 3위 회사가 1위 회사보다 비용을 더 쓰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보다 더 강력한 노조의 영향 아래 고비용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무리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도요타 노조와는 다르다. 도요타의 순이익률은 3년 전 4.9%에서 지난 1분기 5.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 순이익률은 1.5%에서 7.7% 반등에 성공했다.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이 도요타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 마지막 과제로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은 2차전지(배터리) 사업에서 경쟁 중이다.

파나소닉은 TV 등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생활가전 사업을 줄이고, 배터리와 빌딩 공조 시스템 등 기업을 상대하는 사업(B2B)으로 개편 중이다. 이 같은 개편으로 26만명에 가깝던 인력을 3년 새 10% 줄여 23만명대로 감축했다. 같은 기간 판관비 증가율은 0.5%로 최소화했다. 3년 전 1.4%에 불과했던 파나소닉 순이익률은 올 1분기에 4.7%로 반등했다. 주가 역시 화답했다. 올 들어 파나소닉 주가는 53% 급등해 비교 대상 한일 기업 9곳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LG는 배터리 사업 올인 전략이라 최근 3년 새 직원 수를 47.3%, 판관비를 70.4% 늘리고 있다.

[문일호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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