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후속조치 놓고 … 한중 '줄다리기'

한예경 기자(yeaky@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2023. 6.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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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 요구 사실상 거부
정부 "中 적절한 조치 기다려"
여권선 中대사 교체 요구 확산
내달 ARF 한중장관회담주목

지난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고 한국 정부를 비난한 이후 양국 관계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주말 동안 양국 대사 맞초치에 이어 13일에는 우리 정부가 중국 측의 수습 조치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 측은 한국의 언론 보도를 비난하며 별도의 조치 없이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은 기본적으로 싱 대사가 사태를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한민국 외교정책 노선에 있어 헌법 정신을 기초로 자유민주주의 국가 및 동맹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상호 존중·호혜의 원칙에 따라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밝혀 왔는데, 마치 그런 정책이 편향적이고 특정 국가를 배제한다는 듯한 곡해된 발언을 (싱 대사가) 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바탕으로 공이 중국 측으로 넘어갔음을 알리며 수습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언급한 '적절한 조치'의 주체가 중국 정부인가, 싱 대사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나 싱 대사를 지칭한 것은 아니고 중국 측의 전반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싱 대사의 이번 발언은 정부가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중 간 고위급 교류 재개를 모색하던 중에 터져나왔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 경색 조짐을 우려하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다음달 초중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 간 첫 대면 회담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정부는 ARF를 계기로 한 한중 외교장관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번 사안과 별개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중국 측의 적절한 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양국 정부와 달리 정치권에서는 여권을 중심으로 싱 대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 9조에 따르면 외교사절 접수국은 언제든 그 결정을 설명할 필요 없이 외교사절이 기피 인물이라고 파견국에 통보할 수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지난 8일(이 대표·싱 대사 회동)은 조선 말기 청나라의 위안스카이가 조선의 내정을 간섭한 것에 버금가는 치욕적인 날"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싱 대사의 무례한 태도와 언행은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외교관의 자격마저 다시 고려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계속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앞으로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것까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도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이어 또다시 "싱 대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며 "싱 대사가 응하지 않거나 이런 무례가 반복된다면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당 차원에서 싱 대사에 대한 '보이콧' 방침을 확실하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싱 대사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예경 기자 / 박윤균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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