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빌려주고 "1억5천만원 갚아라"

이상헌 기자(mklsh@mk.co.kr) 2023. 6.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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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청, 불법사금융 적발
조직원 123명 검거 10명 구속
131명에 5000% 고금리 대출
못갚으면 가족, 동료까지 협박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상대로 불법 고금리 대출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강원경찰청은 불법 사금융 범죄 조직원 123명을 검거해 일명 '강 실장'으로 불리는 총책 장 모씨(30)를 비롯한 주요 조직원 10명을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장씨 등은 2021년 4월~지난해 11월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상대로 불법 고금리 대출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코로나19와 불경기 등으로 촉발된 고금리 시기에 제도권 대출이 여의치 않던 영세 상인과 저소득층, 취업준비생, 가정주부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

인터넷 대부 중개 플랫폼에 '연체자 등 누구나 대출 가능하다'는 불법 광고를 내걸고 소액·단기 대출을 해주면서 5000% 이상의 고리를 받았다.

이후 기일 내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미리 확보해놓은 채무자 본인, 가족, 직장 동료의 신상 정보로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

자녀를 출산한 채무자에게 아기 사진을 전송해 살해 위협을 가하고, 여러 조직원이 번갈아가며 수십 통의 욕설 전화를 거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협박했다.

변제를 완료한 피해자에게도 추가 이자나 연체료를 계속 요구해 정신 치료, 극단적 선택 결심, 이혼 등 가정 파탄에 이르게 했다.

피해자 A씨(55)는 25만원을 빌리는 거래를 시작으로 3개월 만에 1억5000만원으로 채무가 불어났고, 가족과 직장 동료까지 협박당하자 결국 집을 나와 숨어 지냈다.

B씨(45)는 40만원에서 시작해 1년여간 6억9000만원 상당을 이른바 '돌려막기'로 변제하다가 결국 가정 파탄으로 이어져 자살까지 시도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131명에 달했다.

장씨 조직은 자금 관리, 대출 상담, 수익금 인출 전달 등으로 역할을 구분하고, 대포폰·대포통장·대포차량을 이용해 점조직 형태로 범행했다.

수사망이 좁혀오면 미리 포섭한 하위 조직원에게 대가를 주고 변호사를 선임해준 뒤 총책인 양 허위로 자수하게 하면서 범행을 이어왔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채무 탕감, 이자 상계 등을 빌미로 대포폰이나 대포통장 등을 요구하며 범죄에 가담시켰다.

과거에도 불법 대부업 경험이 있는 장씨는 대부금 규모를 1000억원대로 확장하며 더욱 치밀하게 조직을 구성했다. 그는 막대한 범죄 수익금으로 월세 1800만원 상당의 서울 고가 아파트에 살면서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 행세를 하며 고가 스포츠카나 명품 등을 구입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죄 계좌 310여 개와 대포폰 330여 개 등을 분석해 장씨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장씨 등을 구속하면서 현금 1억원 상당을 압수하고, 범죄 수익금 30억원 상당을 추징 보전 신청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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