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바다’ 초읽기…소비자들 천일염 구매 러시 “사면서도 슬프다”

노도현 기자 2023. 6. 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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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동안 간수 빼는 천일염
매점매석 행위 판단은 어려워
20kg 한 포대 2만원선 ‘쑥’
‘제2 요소수 사태’ 대비 절실
지난 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상점에 도소매하는 천일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소금 주문량이 많아 배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산 천일염을 판매하는 업체 다수는 온라인 판매창에 이러한 공지를 띄웠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리 소금을 사놓으려는 시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구매했다. 오래 먹으려고 샀지만 슬프다”고 상품평을 남겼다. 천일염 주산지인 전남 신안군에서 출하되는 천일염 20㎏ 1포대 가격은 지난달 15000원선에서 2만원대까지 뛰었다.

오염수 방류에 따른 먹거리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2년 전 요소수 품귀 사태에서 보듯, 소금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상황을 손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 수급된 소금은 총 545만2000t이다. 이중 89.7%가 수입됐고, 10.3%가 국내에서 생산됐다. 전체 소금 수급량 중 식용 비중은 17.7%(약 96만3000t)다. 식용소금 가운데 국내 생산분은 58.0%(56만t)을 차지했다. 나머지 식염은 인도, 호주, 중국 등에서 수입됐다.

먹는 소금은 제조·가공 기준에 따라 천일염, 재제염, 태움·용융염, 정제염, 기타염, 가공염으로 나뉜다. 전체 식용소금에서 천일염(43만6000t)과 정제염(41만6000t)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국내산 천일염 수급량은 28만1000만t으로 전체 식용소금의 29.2% 수준이다.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은 마그네슘·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전기로 분해해 염화나트륨만 얻어낸 것으로 천일염보다 짜고 불순물이 적은 게 특징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소매점에선 천일염 매출 비중이 높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소금의 종류별 소매 매출액은 732억7100만으로, 천일염 비중은 50.8%(372억3200만원)에 달했다. 이어 맛소금(20.8%), 일반소금(9.8%), 레몬·함초 등을 섞은 시즈닝(1.4%) 순이었다. 기타 식염은 16.9%로 2017년(13.6%)에서 37%가량 늘었다. 히말라야 핑크소금, 트러플소금 등 프리미엄 소금이 인기를 끈 영향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 4~5월 천일염 주산지인 전남 목포 인근 지역에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생산량이 줄었고, 장마철에 대비해 생산자가 판매를 유보한 영향으로 최근 가격이 올랐다고 본다. 업체들이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팔지 않고 대기하는 움직임은 없어 사재기로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이달부터 천일염 생산 염전을 대상으로 한 방사능 검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근본적으로 사재기를 막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2021년 늑장 대응으로 요소수 대란을 키운 바 있다. 당시 정부가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결국 사재기 심리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 요소수, 코로나 마스크처럼 물가안정법에 따라 매점매석 행위가 확실할 땐 품목을 지정해 관리할 수 있다”면서도 “천일염은 생산한 뒤 간수를 빼기 위해 창고에 보관하는 게 기본이라 매점매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상당히 면밀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천일염 제품 다수는 작년과 재작년 생산분으로, 산지 가격 상승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문제는 이 물량의 재고가 떨어졌을 때다. 특히 올해는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장마철이 지나면 가격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원전 오염수 논란까지 겹칠 경우 사태가 악화할 위험이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가격이 급등하면 정부가 비싼 값에 사들여 할인 판매하는 등 소비자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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