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와인 한잔, 심장질환 예방엔 도움...암 위험은 높여"

미국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게티이미지뱅크

적당한 음주는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동일하 연궁에서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도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드 타와콜 미국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원 연구팀은 가벼운 알코올 섭취는 스트레스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뇌의 부정적인 반응을 억제해 심장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미국심장병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적당한 양의 알코올은 심장질환과 연관된 뇌의 스트레스 전달 신호가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도 암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음주를 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선 연구에선 하루 맥주 한 캔, 와인 한 잔 정도의 ‘소량 음주’가 심장질환 등 건강에 이점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알코올이 심장 등 신체 기관에 얼마나, 어떻게 긍정적인 작용을 일으키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가 심장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매스 제네럴 브리검바이오뱅크에 등록된 5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건강기록, 알코올 소비 습관, 심장질환 발병 빈도를 평가했다.

분석 결과 소량의 음주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심장질환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발병률이 절반 정도에 그쳤다.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가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심장질환 위험을 낮추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754명의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동안 외부의 위협적인 자극에 대한 뇌의 편도체 반응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 측두엽 피질 내측에 위치한 편도체는 공포와 공격성과 같은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다. 편도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혈압과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서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염증세포가 방출되는데, 알코올이 이러한 편도체 반응을 진정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다만 음주 습관은 알코올 섭취량에 관계없이 암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성 심장질환을 피하기 위해 술을 먹는 것은 바람직한 건강관리 전략이 아니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선 스트레스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정확한 기전을 밝혀냈다”며 “후속 연구에선 음주가 아닌 운동, 명상 등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통해 심장질환 위험성을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