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 산업정책, 좀 더 공격적일 필요 있다

2023. 6.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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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저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세계 최강대국이 수백 년 주기로 교체돼 온 역사를 명쾌하게 보였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미국이 20세기 내내 압도적인 위상을 갖고 있었지만, 이미 20세기 중반 정점을 지났고 이제 급부상하는 중국에 역전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정치 체제 차이와, 각 체제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 서로 뭉침으로써 나타나는 갈등이다. 민주주의를 앞세우지 않은 국가가 별로 없지만, 사실상 독재 권력이 있는 나라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번영을 기원한다. 독재 체제라도 부유할 수 있다는 선전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국가적 권력집단에 현재 중요한 것은 자국의 경제적 성공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쌓이는데도 비교적 느긋했던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을 앞세우며 노골적으로 핵심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중국의 추가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나, 기후변화 억제의 명분 뒤에서 유럽이 탄소포집 등 친환경 기술의 역내 발전을 전략적으로 도모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이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특정 산업을 진흥하는 정책은 코로나19 중 백신 개발이 촉매가 된 이후 국방전략과 유사한 조직적 움직임을 보인다.

국가가 산업 발전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펴는 정책 전반을 산업정책이라 한다. 재정적 한계로 인해 일반적으로 산업정책이라 하면 특정 분야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까지는 발전한 경제의 국가일수록 두드러지는 산업정책이 없는 분위기였다. 발전할 분야가 시장에서 발견되고 해당 분야에 자금이 몰리면서 발전이 실현되는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중대한 방향 전환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단초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중국의 부상을 고려하면 어떤 명분에서든 미국에서 산업정책은 소환될 운명이었다.

최근 선진국의 산업정책에 눈에 띄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직접 환급'과 '공제 양도'다. 기존의 흔한 수단에 '세액 공제'가 있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출을 법인세 세액에서 빼주는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인세는 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으로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손실이 나서 낼 세금이 없으면 세액 공제 방식으로는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직접 환급은 낼 세금이 있었더라면 공제되었을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당기순손실이 나더라도 지원이 가능한 것이다.

공제 양도는 회사가 다른 회사로부터 투자 등 자금을 조달받는 대신 자신이 받을 공제 혜택을 해당 다른 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다. 새로운 수단들은 핵심 첨단산업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특히 유용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왕좌왕하던 외교는 이제 좀 자리를 잡았다. 경제안보 정책도 확립할 때다. 끊임없이 선진국을 탐색하고 따라갈 건 재빠르게 따라가야 한다. 마침 직접 환급과 공제 양도를 담은 법안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것 하나하나 챙기는 게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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