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산업 스파이'를 키우지 않으려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던 전직 삼성전자 임원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달인'으로 불릴 만큼 유명 인사이기에 업계에서 느끼는 당혹스러움도 그만큼 컸다.
반도체 업계는 일제히 "기술 유출 시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법원이 유독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1심 사건 10건 중 9건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러한 여론을 읽은 대법원도 13일 기술유출 범죄 양형 기준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처벌 강화'라는 1차 대책이 나왔으니 이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본다. 처벌은 '사후약방문'이다. 이미 중국 등 경쟁 기업에 핵심 자료가 넘어갔는데, 처벌로 이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순 없다. 더군다나 사람 머릿속에 녹아 있는 암묵지의 유출까지 처벌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중요한 건 산업 스파이가 자료를 훔치기 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우선 기업 차원에서 내부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만 봐도 삼성전자 직원이 퇴사하면서 몰래 갖고 나오거나 협력업체 직원들이 훔친 것이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등 협력사들도 함께 고민할 일이다.
직원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나 퇴직 후 재취업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국내 엔지니어들의 업무 난도가 높지만 정작 성과에 대한 보상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이 승진이 늦어진 부장급 직원을 주로 노리는 것도 '회사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이들의 심리를 노리는 것일 테다. 업계에선 대학과 연계하는 방식 등으로 핵심 인력이 국내에서 계속 일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물론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긋나는 범죄자를 모두 잡긴 어렵다. 산업 스파이에 대해선 기업과 함께 전 국가 차원의 방어책이 필요하다.
[이새하 산업부 h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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