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의 과학기술 NOW] 바이오 제조혁신, 그 담대한 도전

2023. 6.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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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연료·고분자 등
석유화학이 독점하던 영역
바이오가 대체해나갈 것

"향후 20년 이내에 대부분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화학물질의 30%를 바이오 기반으로 생산하겠다." 작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국가 바이오경제 구축을 위해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대통령 행정명령서에 서명한 이후 각 정부기관에 지시해 개발한 생물 기반 경제 구현을 위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신약 개발 등의 바이오 연구를 넘어 바이오 기반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한 역량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미국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제조의 담대한 목표'라는 비장한 제목으로 발표된 이 보고서에는 미국 여러 부처에서 제시한 전략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바이오제조 연구개발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식량 및 농업 혁신, 공급망 강화, 인류의 건강,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차 분야 진보 등에서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오제조 기술은 생물학적 공정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미생물 등을 대사공학으로 개량해 기존에 석유화학 산업으로 생산되던 수많은 화학물질, 연료, 고분자 등을 생산할 수 있고 식품, 식품 성분, 약물 등 수많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제조 기술의 특징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이 되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간 바이오 기술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혁신적인 신제품이 창출됐다. 코로나19 추가 확산 예방에 혁혁한 공을 세운 mRNA 백신과 같은 혁신 제품뿐 아니라 면역항암제로 암을 획기적으로 치료 가능하게 했다. 이런 의료용 제품뿐 아니라 원유로부터 생산돼오던 지속가능 항공유인 SAF 등 바이오연료, 산업용 용매, 플라스틱 같은 화학물질의 생산도 가능하다. 식물로부터 극미량 추출이 가능하던 천연물 의약품도 대사공학적으로 만들어진 미생물세포공장으로 발효생산이 가능하다.

바이오제조는 한정된 천연자원 사용의 최적화, 기후변화 완화, 경제적 가치 창출 등 우리나라와 세계적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바이오경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바이오제조는 보건의료, 화학, 농업 등 전 산업군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그 시장 규모가 2040년께에는 50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바이오제조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 저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일자리, 경제적 기회, 국가안보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가 바이오제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전략 수립, 아직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바이오제조 역량 강화,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바이오제조 생산 확대에 필요한 제조 시설과 숙련된 인력 양성이 요구된다. 특히 바이오제조 공정의 성능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미생물세포공장 개발을 위한 합성생물학과 대사공학 전문인력 양성, 대형 발효 및 분리 정제, 그리고 시스템엔지니어링을 위한 생물공정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인 바이오파운드리 사업이 시작되면 기존에 수작업으로만 해오던 미생물세포공장의 개발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로보틱스 시스템의 결합으로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마침 지난 1일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수출전략회의에서는 디지털바이오 인프라와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구축, 한미 바이오 국제 공동 연구 강화 등을 포함한 바이오의 국가전략기술로서 발전 전략이 발표됐고 지난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제4차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에 잘 담겨 있다. 의약, 식량, 에너지, 화학 등 많은 산업의 핵심이 될 바이오제조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산학연관의 신속하고 강력한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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