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한달새 63원 ‘뚝’···원화 가치 상승 탄력 받나
원·달러 환율이 한달만에 60원 이상 뚝 떨어졌다. 원화 가치는 지난달부터 주변국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개선 기대감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반기 국내 경기가 실제 회복되는 정도에 따라 ‘완만한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6.9원 급락한 달러당 127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4일 1269.4원을 기록한 이후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약 한달전인 5월12일(1334.5원)과 비교하면 달러당 63.1원 하락했는데, 그만큼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달러화 대비 주요국 환율을 분석한 자료를 봐도 5월부터 지난 8일까지 원화 가치는 2.6% 절상돼, 멕시코 페소화(3.6%)에 이어 두드러지게 높은 수준으로 가치가 뛰었다. 같은 기간 중국 위안화(-3.0%), 일본 엔화(-1.9%), 유로화(-2.2%) 등은 모두 약세를 보였다. 통상 원화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위안화나 엔화에 비교해서도 유독 원화 가치 상승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락하고 있는 데에는 대내외 요인이 모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 등 증시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13일 밤 발표되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시장 기대가 흔들릴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에서는 대체로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올리더라도 6월은 건너뛰고 7월에 한 차례 정도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연준의 긴축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 달러화 강세도 잦아들고, 원화 가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도 원화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면서 경기가 저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6월 1~10일 기준 수출액은 일평균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조업일수가 늘어난 탓이지만 수출감소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시그널로도 읽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반기 중국 성장세가 어떻게 진행될 지, 그에 따라 한국 무역수지 개선이 어느 속도로 이뤄질지가 원화 흐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위안화 약세 등이 원화 강세폭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국내 수출 경기의 본격적 회복과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된다면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수급-원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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