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실책에도 정권 지지율 더 떨어지는 이유 [아침햇발]

손원제 2023. 6. 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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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손원제 |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다시 하향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5월 3주차 37%에서 6월 1주차 35%로 떨어졌다. 2주 연속 1%포인트씩 하락했다. 6월 2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38.3%로 2주 연속 떨어졌다. 두 조사 모두 국민의힘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상세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최근 하락은 더불어민주당에 악재가 잇따른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 혁신위원장 사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설화 등에도 여권이 반사이익을 누리긴커녕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그동안 반사이익을 못 누린다는 건 야당 비판의 단골 소재였는데, 처지가 바뀐 셈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국정 수행, 여당의 행태에 대한 국민 불만의 감도가 절대적으로 크고 깊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야당도 별로지만, 정부·여당은 더 싫다’는 국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국갤럽(6월1주) 조사를 보면, 국정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29%), ‘경제/민생/물가’, ‘독단적/일방적’, ‘일본 관계/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이상 8%),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소통 미흡’(이상 5%), ‘전반적으로 잘못한다’(3%) 등이 꼽혔다. 무능과 독단이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건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전에도 윤 대통령의 국정 비전과 능력, 소통 의지엔 늘 물음표가 붙었다. 대선 후보 시절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한 것이 아니어서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해 무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라”거나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더 아래라도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같은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발언으로 보통 국민의 삶에 대한 무신경을 드러냈다.

취임 이후엔 무능·불통에 더해 게으르다는 인식 또한 깊게 했다. 지난해 6월20일 출근길엔 ‘전세계적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데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이거를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법은 없다.” “민생물가를 잡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책임의식을 찾아보기 힘든 안이한 대응이 아닐 수 없었다.

압권은 지난해 8월8일 서울을 덮친 100년 만의 폭우에 아랑곳없이 정시 퇴근한 장면이다. 강남역이 물에 잠기고, 신림동 반지하에서 일가족이 숨진 날이었다. 국민을 더더구나 황당하게 만든 건 이튿날 신림동 참사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이 한 바로 이 말이었다. “(어제) 퇴근하면서 보니까 다른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 아파트들이 물에 잠기는 걸 직접 보고서도 차를 되돌리지 않고 즉퇴했다는 얘기를 어떤 미안함도 부끄러움도 없이 무용담처럼 툭 던졌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그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렇게 되받았다.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느냐.” 이때 국정지지율은 바닥을 뚫고 20%대로 주저앉은 바 있다.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를 다루는 정권의 행태는 이 모든 문제점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리서치뷰가 환경운동연합의 의뢰로 지난달 19~22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민 85.4%가 오염수 해상 방류에 반대했다.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 의향을 물은 결과는 ‘줄어들 것’이라는 답이 72%였다. 지난 7일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 180배의 세슘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도쿄전력의 발표다.

이런데도 정권 태도는 한결같다.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티에프(TF) 위원장은 “세슘은 물보다 무겁다. 밑에 가라앉는다. 우리 바다에 올 가능성은 없다”고 뭉갰다. 남과 북엔 휴전선이 있지만, 바다엔 어떤 경계선도 없다. 후쿠시마 해류가 1~4년 사이 우리 앞바다로 옮겨온다는 건 과학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도 정권은 오로지 “괴담”, “처벌”을 운운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도를 지나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사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입조심하지 않으면 가만 안 둔다는 위협이다. 국민 삶의 문제엔 관심도 없고 무능하기 짝이 없으면서 비판세력 잡아들이는 데는 도가 튼 ‘검찰 정권’의 탄압 본색이다. 이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게 이 정권의 불행이요, 나라의 큰 불운이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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