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세대 오명 날린 김은중호, 진정한 황금 세대가 되려면?
“지난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보면 지금 대표팀 선수급으로 성장한 선수가 이강인밖에 없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2일 6월 A매치 소집 후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 도중 U-20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꺼낸 ‘묵직한’ 한 마디다. 향후 한국 축구를 위해 절대 흘려 들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은 최근 각급 연령대 대표팀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U-20 대표팀의 선전이 눈부시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이승우(수원FC), 백승호(전북)를 중심으로 16강에 올랐고,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는 이강인(마요르카)이 주축이 돼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전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얼마전 막을 내린 아르헨티나 대회에서는 2회 연속 4강 진출을 달성했다.
U-20 대표팀의 성과는 한국 축구가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유소년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김은중 감독이 이끈 이번 U-20 대표팀의 경우 21명 가운데 81%인 17명이 K리그 소속이었다.
다만, 이 성공이 성인 무대까지 그대로 이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이는 한국 축구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서도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출전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경기를 많이 뛰어야 경기력도 유지하고,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달아 더욱 노력하고 발전할 동력이 생긴다. 클린스만 감독이 “K리그1이든 K리그2든 중요한 것은 경기를 꾸준히 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성장한다. 벤치에 앉거나 못 뛰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U-20 대표팀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7년의 주역이었던 이승우와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B팀에 안착하지 못하고 이후 출전 기회를 위해 다른 팀으로 이적했으나 한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 이강인은 현재 A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성장했지만, 그 역시 발렌시아에서 오랫동안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이번 대표팀 역시 선수들 대다수가 소속팀에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해 90분을 뛸 체력이 갖춰지지 않아 김 감독이 고민을 많이 했다. 스타 한 명 없이 ‘골짜기 세대’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온전치 못했다는 것에 있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눈에 띄는 유망주들이 프로에 와서는 오랜 시간 경기에 나서지 못해 성장이 멈춰 그저 그런 선수가 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이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임대 시스템 같은 것들을 좀 더 보완하거나, 아니면 해외처럼 연령별 리그를 좀 더 키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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