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이틀 새 7개 마을 탈환···러 ‘철통 방어선’도 뚫을까

선명수 기자 2023. 6. 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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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격’ 공식화 이틀 만에 7개 지역 탈환
우크라, 러시아군 또 다른 댐 폭파 주장
“대반격 성패 러-크름 육로 점령에 달려”
우크라 남부 진격에 속도…러 ‘철통 요새’ 방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1일(현지시간) 대반격으로 탈환했다고 주장하는 동부 도네츠크주 블라호다트네 마을의 한 건물에서 국기를 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을 공식화한 후 이틀새 동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7개 마을을 연이어 탈환하며 남부 진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7개월 가까이 교착 상태에 있던 전선에서 오랜만에 울린 승전고다. 다만 소규모 마을 수복은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지역으로 진군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공격일 뿐이며, 러시아가 남부에 수개월간 구축한 방어선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막기 위해 이 일대 또 다른 댐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대반격 성패는 러-크름반도 잇는 자포리자 육로 차단에 달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날 러시아가 점령했던 도네츠크주 4개 마을을 탈환한 데 이어 이날 자포리자주 레바드네, 로브코베, 노보다리우카 등 3개 마을을 추가로 해방시켰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자포리자주는 러시아가 지난해 점령한 뒤 병합을 선언한 지역으로 아조우해와 맞닿아 있다. 러시아는 동부 도네츠크주, 자포리자주에 걸친 아조우해 연안을 따라 크름반도에 군수 물자를 보급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의 연이은 영토 수복을 두고 “이 공격은 지난 7개월간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중 가장 큰 진전”이라면서도 “여전히 전선의 큰 돌파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진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조우해 연안에 닿기까지는 아직 90㎞의 거리가 남아 있으며, 러시아군이 남부에 구축한 방어선을 뚫고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고립시키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현재 작전이 본격적인 대반격 전 러시아군의 방어력을 시험하는 초기 단계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을 위해 서방의 현대식 무기로 수개월간 훈련시킨 12개 전투여단 등 주력군을 아직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우리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현재까지 주력 부대를 투입하지 않았다”며 “양쪽 모두 서로의 전력을 끌어내기 위한 ‘체스 게임’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BBC는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둘로 쪼개 점령지를 탈환한다면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대체로 성공한다고 할 수 있다”며 “이는 서부의 러시아 병력을 고립시키고 크름반도의 보급로를 차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작전이 곧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평화회담이 열릴 때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수복
남쪽으로 진군하는 우크라 부대···러 3중 방어막 뚫을 수 있을까

문제는 우크라이나군이 진군 중인 자포리자 전선의 전략적 중요성을 러시아군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던 지난 몇 달간 이 지역에 철통 같은 방어 요새를 구축해 놨다. 러시아군이 만들어 놓은 겹겹의 참호는 물론 ‘용의 이빨’로 불리는 대전차 방어선, 지뢰밭 등 삼중 구조의 방어선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최근 미국의 상업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공개한 크름반도 메드베데우카의 위성 사진. 지난 2월11일 촬영된 이 사진에는 러시아군이 구축한 여러 겹의 참호와 ‘용의 이빨’로 불리는 대전차 방어선이 확인됐다. 맥사테크놀로지/로이터연합뉴스

결국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러시아 요새를 뚫을 수 있을지가 대반격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군력이다. 우크라이나는 주력전차 등 지상전에 필요한 현대식 무기를 서방으로부터 다수 지원받았으나, 러시아군에 비해 공중 전력이 부족한 것은 여전히 한계로 꼽힌다. BBC는 “참호에 배치된 적군을 공군의 근접 지원없이 공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개월에 걸친 지속적인 요구 끝에 미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F-16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실제 무기가 인도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돼 대반격 작전에 투입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준비된 방어 진지에 대한 정면 공격이라는 매우 어려운 작전을 시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공중 전력 부족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라며 “현재 단계의 초기 공격을 과도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발레리 세르셴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서부 모크리 얄리 강 상류의 소규모 댐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이 강 일대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역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마을들이 주변에 위치해 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하류의 대형 댐인 카호우카댐이 파괴돼 인근 지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바 있다. 세르셴 대변인은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늦추는 것이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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