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29〉초고속 혁신과 느림보 정책

2023. 6. 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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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인수해 화제가 되었던 트위터.

초고속 혁신과 느림보 정책이 만날 때, 우리에겐 비극만이 가득하다.

혁신의 본격적 등장 이전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면서도 관련 기술의 발전을 이뤄낼 정책과 법률이 미리 마련되어야 하고, 그러한 준비 과정은 '생각의 속도'에 가깝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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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일론 머스크가 인수해 화제가 되었던 트위터. 지금도 세계 유명인의 소통채널 역할을 하며, 많은 이용자를 자랑하는 소셜미디어다. 트위터가 초기에 사용자수 100만 명을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2년이다. 그런데 최근 온 나라를 들썩이고 있는 챗GPT가 100만명을 달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일이다. 인스타그램의 2.5개월, 스포티파이 5개월, 페이스북 13개월 보다도 훨씬 이른 시간이다.

조금 더 살펴보자. 지난 해 11월 말 출시이후, 챗GPT가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억명에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2개월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챗GPT에 가장 근접한 속도를 보여준 미디어는 틱톡으로 1억명 달성에 9주가 걸렸고, 인스타그램은 30주, 스포티파이는 55주, 우버는 70주가 걸렸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그렇게 매혹시켜버린 챗GPT에 관해 우리 국회와 행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올해 21대 국회 개원 활동 일수는 임시회를 포함해 4개월 이상으로, 숫자상으로는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AI 임팩트에 관한 행정부 대응과, 관련 입법 기관의 준비 상황은 너무 느리다.

챗GPT가 교육현장에서 학생과 교사에 의해 사용되고, 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사용되어 온 시간도 이미 반 년 이상이 흘렀다. 대학에서는 챗GPT를 이용해 과제를 하는 학생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끌벅적하고, 학계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논문에 관해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사내 중요 기밀이 챗GPT로 누출될까 염려하면서도 그렇다고 사용을 안한다면 경쟁력이 낮아질까 두려워하고 있으며, 웹툰 독자들은 일부 작가의 AI 활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음악 시장에서도 ‘아마추어’로 불리던 일반인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작곡에 나서고 있는 데 저작권 등 관련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챗GPT와 우리의 입법, 행정, 사법이 대응하는 속도가 보여주는 차이는 곧 무너지는 국제경쟁력을 보여준다. 빌 게이츠가 앞으로 모든 것이 생각의 속도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쓴 것이 1990년대 후반이다. 우리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20여 년이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제도’는 여전히 산업화시대의 속도로 움직인다.

챗GPT 뿐만 아니다. 두 바퀴 달린 전동 킥보드는 벌써 수 년 째 거리를 달리며 많은 사고를 일으켰지만, 혁신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규제를 피해야 한다는 입장과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비판론만 대치하고 있을 뿐 체감할 만한 정책은 너무도 부족하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몇 줄 짜리 프로그램만으로 가상화폐 상장이 가능한 시대에, 신기술 성장을 위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과 적절한 과세와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만 날 선 대치를 하는 사이에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초고속 혁신과 느림보 정책이 만날 때, 우리에겐 비극만이 가득하다. 혁신의 본격적 등장 이전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면서도 관련 기술의 발전을 이뤄낼 정책과 법률이 미리 마련되어야 하고, 그러한 준비 과정은 ‘생각의 속도’에 가깝게 이뤄져야 한다. 엔지니어와 행정가, 사회과학자, 법률가가 팀을 이뤄 기술이 일으킬 사회문제에 미리 준비하도록 하고 국회와 정부는 신속한 관련 입법과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혁신을 보호하는 것이 곧 방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개입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건 디테일과 타이밍이다. 이용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면서도, 기술의 잠재력을 주의깊게 성장시키는 역량은 우리에게 디테일에 대한 감수성과 적절한 타이밍을 요구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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