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끊고 수영복 여성 촬영···일본, 공원서 ‘성 상품화 돈벌이’ 시끌

박은하 기자 2023. 6. 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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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회 계획한 6곳 중 규정 어긴 2곳 취소
과잉규제 논란에 일부 취소 처분은 번복
“공공시설에서 ‘성 상품화’” 비판 잇달아
수영복 차림 여성 촬영회가 열릴 예정이었다가 취소된 사이타마현의 한 수변공원 모습./NHK 방송화면

일본 사이타마현이 운영하는 공원에서 잡지사 등이 ‘수영복 차림 여성 촬영회’를 계획했다가 공원 측이 장소 대여를 거부해 행사 일부가 취소됐다.

지난 8일 사이타마현의 공원을 관리하는 위탁기관인 현공원녹지협회는 오는 10~25일 현내 공원 두 곳에서 열릴 예정인 6건의 ‘수영복 차림 여성 촬영회’ 일괄 중단을 요청했다. 협회는 공원 대여 조건에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수영복이나 선정적인 자세는 피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달 촬영회를 신청한 업체 6곳 중 2곳이 규정을 어긴 사실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업체들도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공원 대여를 일괄 취소했다.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과거 현립공원에서 열린 촬영회에서 “모델들이 선정적인 자세를 하고 있었다”며 주민들이 협회 측에 항의한 바 있다. 촬영회에서는 관람객들이 입장료 1만~3만엔(약27만원)을 내고 들어가 모델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18년 이후 현립공원에서 수영복 촬영회는 약 120회 있었다. 미성년자 모델이 참여한 촬영회도 있었다.

일본공산당 젠더평등위원회와 소속 사이타마현의원들은 공원 측 결정에 앞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과거 사례를 볼 때 ‘성 상품화’를 목적으로 한 영업”라며 “수영복 차림 여성 촬영회에 현립공원을 대관하지 말라”고 오노 모토히로 현지사에게 요청했다.

오는 24~25일 현립 시라코바토 수상공원에서 촬영회를 기획했던 잡지사가 “공원 측의 처분으로 촬영회가 취소돼 죄송하다”고 트위터에 올리면서 논란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웹상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촬영회에 참가 예정이었던 한 모델은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며 “내가 하는 일이 ‘성 상품화’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공산당과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과거 수영복 촬영회 사진도 쏟아지면서 공원 측의 결정을 지지하는 여론도 달아올랐다. 수영복을 입은 중학생 소녀에게 100명이 넘는 남성들이 카메라를 들이댄 모습 등이 공개된 것이다. 한 남성 회사원(50)은 “수영복을 입은 여성 촬영회는 자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풍경”이라며 “민간 시설이라면 모를까 공영시설에서 하는 것은 대체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오노 지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규정 위반이 확인되지 않은 업체에까지 일괄 대여 취소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4개 업체에 관해서는 협회 측의 대관 불허 처분을 취소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오노 지사는 “수영복 촬영 자체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면서도 “공공복지에 반하는 미성년자 촬영이나 외설적 자세는 억제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일본에서 젊은 여성의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화보는 ‘그라비아’로 불리며 하나의 출판 장르로 인식된다. 규정 위반으로 촬영회가 취소된 업체도 그라비아 전문 잡지사이다. 그라비아 화보 촬영은 연예계 등용문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과거에는 초등학생이 찍어도 법적 문제가 없었다. 현재는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미성년자 그라비아 화보를 제작하면 처벌받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성 상품화’, ‘아동 성 착취’에 대한 비판 의식이 높아지면서 미성년자 및 공공장소에서의 그라비아 촬영에 문제 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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