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스럽지 않다고?"…'오너경영'의 장점 보자는 野의원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오너 경영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요소로서 국내 대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오너 경영 등을 재조명하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과 오너 경영을 규제의 대상으로 여겨온 민주당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너 경영의 긍정적 면을 연구하고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 글로벌 기업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 등 3명으로 첫발을 뗐으나 현재 안규백·정성호·고용진·박정·이병훈·최인호·김병주·박성준·신현영·정일영 의원까지 총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전 세계 경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국회가 먼저 나서서 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기존 기류였던 대기업 규제와 재벌 개혁 등도 재평가 대상에 올렸다.
이들 모임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의 오너 경영의 역할'이란 주제로 첫 세미나를 열고 오너 경영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임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출신의 양정숙·양향자 무소속 의원 등이 현장에 자리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민주당이 그동안 공정이라는 가치 아래에서 기업을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그 산물로 공정거래법이 만들어졌고, 재작년에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공정이라는 두 글자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이어 "지금처럼 어려운 국제 경쟁 환경에서 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바라보고, 국회와 민주당이 지원할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고 지원하는 것이 제1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녹록지 않은 주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도 나서야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2차전지 등의 많은 국내 기업이 있는데 모두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이 경영하는 산업"이라며 "수십년간 (민주당이) 오너 경영 체제를 비판해왔는데 무조건 잘못된 경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공정과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정성호 의원도 "우리가 지금까지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너경영, 재벌 체제라고들 얘기하지만 한국의 정서와 국민성이 결부돼 거기에 맞는 기업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삼성과 같은 일류기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세미나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길에 "민주당스럽지 않은 세미나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게 민주당다운 것이다. 집권당다운 것이고, 다시 집권하려는 정당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들 모임이 이끌어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모임을 결성한 3명의 의원이 당내 '정책통'으로 통하고, 민주당이 최근 외연 확장을 위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이나 리쇼어링(국내 복귀) 기업 지원법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모임의 활동이 당의 전반의 기류로 확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 내의 변화의 움직임이 현재 낡은 관행으로 여겨지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일이나 과도한 기업 처벌 등에 대해 국회 차원의 조속한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해외 각국 정부 당국자나 경쟁 기업을 만나보면 견제의 시선을 많이 느낀다. 그럴 때 마다 내부적으로 반도체 초격차를 만들어가자는 자극으로 삼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견제의 시선이 느껴지면 마음이 아주 아프다. 오늘을 계기로 기업과 정치권이 원팀이 돼 위기와 도전을 헤쳐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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