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뇌물 혐의 재판 재개…이스라엘 사법개편 분수령

손우성 기자 2023. 6. 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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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라피드 전 총리 증인 출석
NYT “사법개편 강행에 부담”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총리 집무실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 1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렸다.

한때 네타냐후 총리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돌아선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한 증언을 쏟아냈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부 무력화 계획에 큰 변수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예루살렘 법원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공판을 재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3년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인 아논 밀천과 호주 사업가 등으로부터 20만달러(약 2억5474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기소됐다. 그가 받은 뇌물 리스트엔 고급 샴페인 ‘돔 페리뇽’과 쿠바산 시가 ‘파르타가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가로 네타냐후 총리는 세금 감면 등 이들이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 집권 시절인 2013년 재무장관으로 일하며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귀국한 이스라엘 시민에게 적용되는 면세 혜택을 연장하자는 이야기를 내게 두 차례나 했다”며 “밀천에게 ‘내가 이만큼 노력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예루살렘 법원에 출석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라피드 전 총리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 종군기자 출신인 그는 2012년 정계에 입문해 예시 아티드라는 중도 성향의 정당을 창당했고,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19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킨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그에게 연합 정부 합류를 제안하고 재무장관 자리를 선물로 안겼다. 하지만 이후 노선 갈등 등의 이유로 관계가 틀어져 지금은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정적이 됐다.

NYT는 “라피드 전 총리의 증언으로 2020년 이후 지지부진했던 재판이 활기를 얻었다”며 “네타냐후 총리 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그를 퇴출할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특히 사법개편을 추진하는 네타냐후 총리에겐 부담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법원 판결을 의회 과반으로 무력화하고,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법관선정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개편안 처리를 벼르고 있다.

NYT는 “사법개편이 완성되면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혐의 재판을 총리 본인이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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