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집단 린치…수사 받은 건설노조원 31% 자살·자해 생각”

“대통령·국토부 장관 선동, 검·경 막가파식 수사 때문” 맹비난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경찰 소환조사 건설노조원 심리적 위기 긴급조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한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등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조합원 중 3분의1 이상이 자살 혹은 자해를 생각한 적이 있다는 자체 설문결과가 나왔다.

13일 건설노조는 지난 달 분신으로 사망한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건설노조와 심리치유 단체 두리공감이 경찰 및 검찰, 법원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조합원 1027명 중 설문에 응한 295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11~25일 간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약 30.8%인 91명은 최근 2주 간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들 가운데 57명의 경우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거나 자해할 생각을 했다'는 빈도가 2주 간 2~6일 정도였다. 나머지 18명과 16명의 경우 같은 생각을 각각 '7~12일', '거의 매일'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총 응답자의 55.3%는 사회 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게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응답자의 45.1%가 우울 증세 관련 검사나 진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이며, 66.4%는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는 "12년 간 많은 사업장에서 실태조사를 했는데 불안을 호소하는 비율이 66%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조사를 받으면 불안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높은 수준의 고위험군이 있다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두리공감 측은 "노조원의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이 악화되고 있고 알코올 의존도 심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노조원들이 호소하는 증상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건설노동자가 한 사업장을 넘어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의 선전적인 선동, 특진에 눈이 먼 검·경의 막가파식 수사 등으로 전 사회적 린치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