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의대 정원 확대 합의했지만 '산 넘어 산'

송연순 기자 2023. 6. 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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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협, 2025년부터 적용 합의
증원 규모·방식 등 놓고 '줄다리기'
공공의대 설립 당장은 어려울 듯
보건복지부 ·의협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진통 끝에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최종 결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원을 얼마나 또 어떻게 늘릴지가 중요한데, 이를 놓고 정부와 의사협회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마다 300-500명 수준의 증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사협회는 이보다 적은 규모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의대의 정원을 일정 비율씩 늘릴 것인지, 아니면 비수도권과 국공립대 위주로 늘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단체와 일부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공공의대 설립은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18년째 정원 동결

우리나라 40개 의과대학에는 한 해 3058명씩 입학한다. 지난 2006년부터 18년째 신입생 정원이 동결돼 있다. 2001학년도 기준 3253명이었던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계속 줄어 2006년에는 195명 감소한 3058명까지 하락했다. 이 수치는 17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전문 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 연구'에 따르면 2025년 성·연령을 감안한 활동 의사 공급은 수요 대비 5516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의사 부족은 이후 급격히 늘어 2030년에는 1만 4334명, 2035년에는 2만 7232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3.7명) 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라는 큰 틀에 합의하면서 이제는 증원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복지부와 의협은 오는 15일 제11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협의를 이어간다. 정원 확대 폭을 놓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증원이 불가피하다면 보강 인력을 의약분업 이전의 정원에 맞춰 351명만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500명+α'를 제시하며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의사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증원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필수의료 의사 부족과 지역의료 불균형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최소 1000명 증원'을 제시하고 있다.

◇ 10년간 4000명 늘리는 방안 불발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을 추진했으나 의료계가 집단 휴진하고 의대생이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 등을 골자로 연 400명씩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중 3000명은 지역의사로 배출해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난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의사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서 파업을 불사하는 등 강력 대응으로 막아섰고, 정부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협과 다시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와 의협 간 협의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한 것은 지난 1월 말 첫 회의를 연지 4개월 여 만이다. 대학 정원을 정할 때 정부가 직능단체와 협의하는 경우는 사실상 의학 계열뿐이다. 일각에서는 의대정원 확대 관련 논의를 정부와 의협, 두 축만을 중심으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시민이나 전문가, 지자체 등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만큼 폭넓은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논의가 의료현안협의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정부 내에는 의대 정원 관련 내용을 심의할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다. 2019년 10월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이 위원회가 심의할 내용 중 하나로 '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수급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복지부 차관인 위원장과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이제라도 이 위원회를 활성화해 의대 정원 확대 폭과 방식 등을 논의하거나,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공론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의대 증원, 유일한 해법 아니다"

정원을 확대할 경우 어떻게 하면 늘어난 의사 수가 필수의료나 지방의료에 기여하도록 할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의사가 늘어나도 필수의료 분야나 지방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같은 해 7월 기준 서울 3.45명, 대전 2.63명, 대구 2.62명인데 반해 충남은 1.54명, 경북 1.39명으로 도농 간 격차가 컸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세종은 1.31명으로 가장 낮았다.

의협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 확충보다는 수가 확대, 의사 처우 개선 등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작은 증원 폭을 염두에 두고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지역의료로의 유입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그 효과는 10-15년 후에나 나타나는 만큼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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