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작가가 총리에게 100통 넘는 편지를 보낸 이유는 [얀 마텔 방한]
“책은 가치 있는 꿈을 꾸도록 돕는 도구다.”
영국 부커상 수상작 중 최다 베스트셀러를 기록을 보유한 캐나다 작가 얀 마텔(사진)이 처음 방한했다. 1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를 13일 서울 정동길이 인접한 캐나다대사관에서 먼저 만났다.
‘파이 이야기’는 2002년 부커상 본상을 거머쥐며 무명의 작가였던 그에게 갈채의 축복을 안겼고, 이 소설을 원작 삼은 2013년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오스카 트로피 4개를 가져오면서 작가의 이름에 광휘를 더했다.
“인도를 여행하다 영감을 얻어 ‘파이 이야기’를 썼다. 인도의 한 소년이 벵갈 호랑이와 200일 넘게 표류하는 이야기다. 소년 파이가 태평양을 건너는 건 우리가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아비 두발삼이란 인물을 만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서든 두려움을 물리치고 살아가는 마음에 관한 대화였다. ‘파이 이야기’ 이후 작가로서 발전했고 보는 눈도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는 인생에서 느낀 철학을 담아내는 결실이고, 그것이 나의 소설이다.”
“픽션, 타인의 인생 공감케 해”
당시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가 멀뚱히 앞만 쳐다보는 모습을 목격한 마텔은 격주로 101통의 편지를 보냈다.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 작품을 읽었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책의 캐치 프레이즈는 논쟁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마텔의 편지뭉치는 이후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로 꿰매졌다. 한국에선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란 도발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만났다.
“모두가 항상 현명한 스승에 둘러싸여 살아갈 수는 없으니, 현명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독서다. 캐나다의 경우 백인 남성은 20대 중반부터 책을 멀리하는데 그렇게 자란 중년 백인 남성이 사회의 모든 걸 지배한다. 픽션을 읽지 않는다면 그들의 꿈이 과연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싶었다. 픽션은 타인의 인생을 공감하도록 이끈다.”
방문을 고대하는 나라가 많아서인지 1963년생인 마텔의 방한은 늦은감이 없지 않다. 일주일 전 입국했다는 그는 DMZ부터 방문했다. 마텔은 “자본주의와 비극이 공존하는 장소”라고 DMZ를 평했다.
“캐나다든 한국이든 우리는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 거인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아들과 함께 DMZ 관광을 갔고 최북단에서 북한을 직접 보면서 국경이 이 나라의 상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한국전쟁의 비극을 어떻게 안고 살아갈 것인가. 저는 천천히 오래 생각하고 쓰는 작가인데, 이번 방한에서 한국에 대해 많은 걸 소화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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