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작가가 총리에게 100통 넘는 편지를 보낸 이유는 [얀 마텔 방한]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6. 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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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캐나다 작가 얀 마텔 첫 방한

“책은 가치 있는 꿈을 꾸도록 돕는 도구다.”

영국 부커상 수상작 중 최다 베스트셀러를 기록을 보유한 캐나다 작가 얀 마텔(사진)이 처음 방한했다. 1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를 13일 서울 정동길이 인접한 캐나다대사관에서 먼저 만났다.

처음 한국을 찾은 얀 마텔. <연합뉴스>
캐나다 대표 작가 얀 마텔을 이해하려면 그의 출세작이자 오스카 4관왕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인 장편소설 ‘파이 이야기’부터 관통해야 한다.

‘파이 이야기’는 2002년 부커상 본상을 거머쥐며 무명의 작가였던 그에게 갈채의 축복을 안겼고, 이 소설을 원작 삼은 2013년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오스카 트로피 4개를 가져오면서 작가의 이름에 광휘를 더했다.

“인도를 여행하다 영감을 얻어 ‘파이 이야기’를 썼다. 인도의 한 소년이 벵갈 호랑이와 200일 넘게 표류하는 이야기다. 소년 파이가 태평양을 건너는 건 우리가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얀 마텔 소설 ‘파이 이야기’ 초판본. 인도 소년이 200일 넘게 배 위에서 표류하는 이야기다. 리처드 파커로 이름 붙여진 벵골 호랑이와 인도 소년이 함께 좁은 배 위에서 태평양을 건넌다는 설정은 자연과 인간의 교감, 희망과 구원이란 주제를 응축해냈다.
‘파이 이야기’의 초반부엔 작가 자신이 인도를 여행하던 중 한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집필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소설적 장치를 덧대긴 했어도 인도 노인은 실존인물이라고 마텔은 털어놨다.

“아비 두발삼이란 인물을 만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디서든 두려움을 물리치고 살아가는 마음에 관한 대화였다. ‘파이 이야기’ 이후 작가로서 발전했고 보는 눈도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는 인생에서 느낀 철학을 담아내는 결실이고, 그것이 나의 소설이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한 장면
역대 부커상 최다 판매고 작가
“픽션, 타인의 인생 공감케 해”
마텔은 자국에서 독특한 형태의 책으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당시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가 멀뚱히 앞만 쳐다보는 모습을 목격한 마텔은 격주로 101통의 편지를 보냈다.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 작품을 읽었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책의 캐치 프레이즈는 논쟁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마텔의 편지뭉치는 이후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로 꿰매졌다. 한국에선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란 도발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만났다.

“모두가 항상 현명한 스승에 둘러싸여 살아갈 수는 없으니, 현명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독서다. 캐나다의 경우 백인 남성은 20대 중반부터 책을 멀리하는데 그렇게 자란 중년 백인 남성이 사회의 모든 걸 지배한다. 픽션을 읽지 않는다면 그들의 꿈이 과연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싶었다. 픽션은 타인의 인생을 공감하도록 이끈다.”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개정판. 한국엔 2013년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대표작 ‘파이 이야기’는 50개국에서 1200만부가 팔려나갔다.

방문을 고대하는 나라가 많아서인지 1963년생인 마텔의 방한은 늦은감이 없지 않다. 일주일 전 입국했다는 그는 DMZ부터 방문했다. 마텔은 “자본주의와 비극이 공존하는 장소”라고 DMZ를 평했다.

“캐나다든 한국이든 우리는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 거인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아들과 함께 DMZ 관광을 갔고 최북단에서 북한을 직접 보면서 국경이 이 나라의 상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한국전쟁의 비극을 어떻게 안고 살아갈 것인가. 저는 천천히 오래 생각하고 쓰는 작가인데, 이번 방한에서 한국에 대해 많은 걸 소화하려 한다.”

한국을 찾은 얀 마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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