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4편] 흔적없이 집요하게…진화하는 학폭에 '속수무책'

박광주 기자 2023. 6.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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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학폭위 연속보도, 오늘은 달라진 학교폭력에 속수무책인 학폭위 대응 실태를 짚어봅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정서적 괴롭힘'이 많다는 게 최근 학교폭력의 특징인데요.


몸을 때리는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때도 있지만, 지금의 학폭위 심의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박광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연히 눌렀던 초등 4학년 막내딸의 휴대전화에서 녹음된 욕설을 들은 게 시작이었습니다. 


폭언과 협박, '택시 셔틀'과 같은 강제 심부름까지, 물리적 상처를 남기지 않는 괴롭힘이 3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딸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 엄은하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아이들도 두려웠다 그래요. 그 욕설을 들었을 때 그 진술을 해 준 친구들조차도. 근데 저희 아이는 얼마나 두려웠겠어요"


하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이어진 이 고통을, 학폭위는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생생한 녹음파일과 주변 친구들의 진술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엄은하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그냥 학생들끼리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욕설도 마찬가지고 욕설도 아이들 일반적인 언어라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지난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으로 41.8%였습니다. 


신체폭력보다 3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학폭위로 갔을 때, 피해 입증과 처분은 쉽지가 않습니다. 


EBS 취재진이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받은 사안 1천여 건을 분석했더니, 폭행이나 성희롱이 없는 언어폭력은 91.2%가 3호 이하 경징계에 집중됐습니다. 


최고 수위 징계도 4호 사회봉사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이동원 해맑음센터 부장 / 전 학폭위 위원

"어른들 기준에서 얘는 뭐 욕 한마디 들었으니까 애들 다 그 나이 때 그럴 수 있다고 그러다가 가해 학생들은 점점 가학 행위가 심해지는 거고요. 피해 학생들은 어디에도 보호받지 못하는구나"


언어폭력과 같은 정서적 괴롭힘은 구체적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확보해도 피해 연관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눈에 띄는 비속어 대신, 집요한 조롱이나 모욕으로 고통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학폭위의 민감도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서아람 학교폭력 전문변호사

"전반적인 맥락을 좀 더 봐야 해요. 그래서 몇 개월 동안 어떤 일들이 이 학급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평소 관계가 어땠고 몇 월 며칟날 뭐라고 말했다. 이 부분만 가지고 집중해서 심리를 하니까 피해 학생이 느끼기에는 말도 안 되는 그런 처분이 (나오는 겁니다)"


최근엔 익명 앱 등 사이버 도구를 이용한 폭언과 성희롱도 증가하고 있지만, 가해자 특정이 어려워 조사조차 착수하지 못하는 등, 진화하는 폭력에 학폭위의 대응은 더딘 상황입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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