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 오이 빼고 아보카도 넣고"… 한식도 커스터마이징 [Z시세]

정유진 기자 2023. 6. 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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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김밥계의 서브웨이로 불리는 '풀리김밥'과 맞춤형 순대국을 제공하는 '내맘대로순대국'이 커스터마이징 한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풀리김밥'에서 주문한 김밥(왼쪽)과 '내맘대로순대국'에서 주문한 '순대국'. /사진=정유진 기자
"쌀은 현미귀리, 오이와 당근은 빼고 소스는 허니유자, 토핑은 할라피뇨 추가."

이는 샐러드나 포케,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음식 '김밥'을 주문하는 과정이다. 최근 '서브웨이'처럼 토핑을 마음대로 고르거나 뺄 수 있는 김밥이 화제다. 김밥에 이어 직접 순대 종류와 내장 구성을 고를 수 있는 순대국도 인기다.

MZ세대는 나를 위한 맞춤형 상품에 열광한다. 정형화되거나 고가인 상품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에 주목한다. 이제 커스터마이징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밀한 한식까지 지배했다.


"오이·당근 없는 김밥"… 이색소스 '눈길'


'폴리김밥'에서는 김밥의 주재료인 밥부터 야채, 소스, 토핑까지 고객이 원하는대로 직접 고를 수 있다. 사진은 '폴리김밥'이 제공하는 야채 재료와 각종 토핑. /사진=정유진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풀리김밥'.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곳은 '당신만의 김밥을 만들어보세요'(Make your own Kimbap)라는 슬로건으로 고객 맞춤형 김밥을 제공한다. 밥의 종류부터 야채재료, 토핑, 소스까지 하나하나 고를 수 있어 글로벌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를 떠오르게 한다.
밥은 백미, 현미귀리, 렌틸혼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야채는 복수 선택이 가능하며 당근, 오이, 적채 등을 빼거나 넣을 수 있다. 소스는 토마토고추장, 바질페스토, 허니유자, 스리라차마요 등 이색적인 것으로 준비했다. 끝으로 매실, 아보카도, 할라피뇨 등 자신의 취향대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 '풀리김밥'은 이미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풀리김밥'의 해시태그 검색 결과와 매장 내 구비된 주문 키오스크. /사진=인스타그램 캡처(왼쪽), 정유진 기자
풀리김밥은 SNS상에서 '김밥계의 서브웨이'로 이미 유명세를 탔다. 다이어트 중이라는 이모씨(30대·여성)는 흰쌀밥으로 만드는 일반 김밥이 부담스러웠는데 다른 밥을 선택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며 "토핑을 추가해 내가 좋아하는 최적의 김밥을 커스텀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만족해 했다.
오이를 싫어하는 직장인 A씨는 기존 김밥집에선 오이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게 번거웠으나 풀리김밥에선 키오스크를 통해 간편하게 속재료를 바꿀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가지 디핑소스가 제공되는 점도 차별화된 재미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더 다양한 2호점 계획… "외국인도 즐기길"


'풀리김밥'의 이상민 대표는 더 다양한 한식을 접할 수 있는 2호점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풀리김밥'의 외관. /사진=정유진 기자
해외에 오랫동안 거주한 이상민 풀리김밥 대표는 한식 자체를 프랜차이즈화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형식의 음식을 고민하다 김밥 가게를 열었다. 그는 저렴한 음식이라는 김밥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커스터마이징 콘셉트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풀리김밥 1호점은 김밥만을 메인 메뉴로 진행하지만 계획 단계인 2호점에서는 다른 한식 메뉴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2호점에서는 비빔밥 등 다른 한식을 패스트푸드화할 수 있는 큰 중형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도 함께 풀리김밥을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개업 초반엔 대면 주문 시스템이었으나 효율성이 떨어져 최근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그 덕에 주문이 밀리거나 직원들의 피로도가 쌓이지 않고 손님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더 생겨 토핑을 더욱 추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순대는 백순대만, 숙주도 넣어주세요"


'내맘대로순대국'은 손님이 원하는 재료와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 주문표를 제공한다. 사진은 '내맘대로순대국'이 직접 제작한 주문표(왼쪽)와 기자가 요청한대로 요리된 순대국. /사진=정유진 기자
포털사이트에 '커스터마이징 한식'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식당이 있다. 바로 서울 강동구 길동에 위치한 '내맘대로순대국'이다. 개업한 지 2년6개월이 지난 '내맘대로순대국'은 포털에서 평점 4.96점(5점 만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내맘대로순대국'의 입구에는 '저희 내맘대로 순대국집은 서브웨이처럼 고객님이 원하시는 순대국을 직접 만들어드립니다. 직원에게 주문표를 요청해 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주문표에서 순대국 사이즈, 육수, 고기·순대·내장 종류, 공깃밥·청양고추·숙주 유무, 맵기 등 9가지 항목을 체크하면 된다.

식당을 찾은 주부 최모씨(30대·여성)는 "순대국은 부속물 등 내가 못 먹는 것도 들어있고 간 맞추기도 취향이 갈린다"며 "이렇게 딱 원하는 것만 체크해서 주문을 넣는 방식이 신선하다"고 밝혔다. 나모씨(20대·여성)는 재료 자체의 호불호 때문에 순대국을 안 먹는 친구가 많다며 이들에게 참 좋은 시스템이라고 칭찬했다.

손모씨(20대·남성)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손님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본인의 음식 취향과 요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며 "식당은 더 전문적이고 디테일하게 변화함으로써 미식문화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면 요리도 커스터마이징 추가 예정"


'내맘대로순대국'은 순대, 내장, 고기 등 주재료부터 공깃밥, 청양고추 등 추가메뉴까지 직접 손님이 결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순대국을 제공한다. 사진은 '내맘대로순대국'의 외관(왼쪽)과 식당 안내문. /사진=정유진 기자
기범석 '내맘대로순대국' 대표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순대국 가게에서 1년 동안 일하며 순대·내장 등을 더 넣거나 빼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을 자주 접했다. 이에 그는 '커스터마이징' 순대국을 출시하면 전망이 있겠다고 생각했고 다른 식당과의 차별화를 고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소비자의 반응을 묻자 그는 "처음에는 신기해한다"며 "대부분 맛있다며 만족해한다"고 답했다. 특히 "다른 순대국집 보다 젊은 층이 많이 오는 편"이라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메뉴와 토핑을 추가할 방침이라는 그는 "면 요리에도 커스터마이징 메뉴를 넣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순대를 뺀 모든 재료를 직접 준비하는데 순대도 직접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기 대표는 직접 만든 순대를 출시하면 커스터마이징 항목에도 넣을 계획임을 밝혔다.

정유진 기자 jyjj1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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