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공영 미디어’ 근원적 개혁 필요하다

2023. 6.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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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KBS 이사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 본질은
KBS 존재 필요성에 대한 의문
정치 도구 전락하고 방만 경영
현 경영진 전면 사퇴가 출발점
대수술 없이는 회생 불능 상태
多민영 체제로 개편 검토할 때

수신료 분리 징수를 둘러싼 KBS 사태의 본질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한 KBS에 납부 방법의 자유를 달라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김의철 KBS 사장은 “전임 정권에서 사장이 된 저 때문이라면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 철회를 조건으로 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편파 불공정 방송과 무능 방만 경영의 주인공이 수신료 분리 징수가 마치 자신에 대한 정치적 탄압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신료가 특별부담금 성격이라 하지만, 60여 개 특별부담금 중 전기요금 납부와 연계된 다른 사례는 없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는 배경에 KBS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자리 잡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이사로서 지켜본 KBS는 근본적인 대수술 없이는 회생 불능 상태의 중환자 모습이다. 민노총 소속 언론노조가 장악한 가운데 정파적 이념적 편향성을 선전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현재의 성재호 보도국장까지 3회 연속 KBS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이 보도국장을 맡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김어준 씨와 함께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왔던 주진우 씨에게 매회 수백만 원, 연간 수억 원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며 라디오 시사 프로 진행자로 고집하고 있다. 이사회 때마다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내세우며 무시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KBS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능 방만 경영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분기 실적은 당기손익 425억 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광고 수입이 목표 626억 원 대비 230억 원 미달했다. 전년 대비 283억 원이 줄어든 수준이다. KBS 광고점유율의 지속적인 하락 추세는 더욱 우려스럽다. MBC 31.3%, SBS 32.2%인 데 비해 KBS는 20.9%로 전년 대비 1.2% 하락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1분기 방송제작비 집행을 전년 대비 83억 원 줄였는데 제작비를 줄이니 콘텐츠의 질과 경쟁력이 떨어지고 광고 수입도 줄어드는 구조적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재무위험 수준이 ‘심각’ 상태로 빨간불이 켜졌지만, 연봉 1억 원 이상 직원이 50% 이상인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1분기 경영 실적을 보고하는 지난 이사회도 ‘비상경영’의 절박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것은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들이 사장과 이사를 맡고 있는 일본 NHK와는 달리 KBS는 연간 1조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면서도 기업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 일색이다. KBS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경영 전문성이 없으니 KBS를 효과적으로 감독하기에 역부족이다. 현 남영진 이사장은 미디어오늘 사장 출신으로, 노무현 대선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냈다.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 시절 점수 조작으로 구속됐다가 1심 재판 중인 이사도 있다. 대선 캠프 활동 후 3년이 지나면 이사 임명에 결격사유가 없지만, 정치적 임명으로 오해받을 소지는 충분하다.

이런 이사회 구성이 KBS의 1년 성적표라 할 수 있는 경영평가 보고서 작성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다수의 야권 이사가, 전 KBS 김인규·고대영 사장과 전 MBC 김장겸 사장 등이 상임고문으로 참여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 대해 작성 지침상의 ‘전문가 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인용한 불공정 편파보도 평가를 표결로 삭제했다. 창사 이래 최초의 일이다. KBS의 현주소가 이러한데 더불어민주당은 경영 혁신에 역행하고 공영방송의 정치화를 가속화할 뿐인 방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로 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오늘의 KBS 사태 해결은 김 사장과 이사 전원의 퇴진으로 시작돼야 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KBS 1TV만 남기고 ‘1공영 다(多)민영’ 체제로 구조개혁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만 경영과 편파 불공정 방송으로 일관하며 변화와 혁신을 거부한 ‘김의철의 KBS’는 국민에게 수신료를 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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