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투수 오타니 “올해 더 피곤해... 좋았던 작년 느낌 없다”
스위퍼 구사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투타 겸업으로 MLB(미 프로야구)를 휩쓰는 일본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가 타석에선 펄펄 날지만, 마운드에서 흔들리고 있다. 오타니는 13일 현재 타율 0.286, 18홈런, 46타점을 기록 중이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순위에서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19홈런)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투수 오타니’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 시즌 13경기 5승 2패, 평균 자책점 3.32. 최근 7경기는 1승 2패, 평균 자책점 4.50으로 더 부진하다. 15승 9패, 평균 자책점 2.33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 위력과 거리가 멀다.
오타니의 체력 부담이 지난해보다 커진 게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타니는 지난 2년간 소속 팀의 6인 선발 로테이션 아래 7일에 1번 주기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휴식일이 하루 짧아졌다. 6일에 1번 등판한다. 오타니 스스로도 “지난 2년에 비해 더 자주 투구하고 있다. 그래서 더 피곤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시즌 현재까지는 마운드에서 좋았던 작년과 같은 느낌이 없다”고 했다.
힘이 떨어지니 볼넷이 많아졌다. 오타니는 올해 76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34개 내줬다. 지난 시즌 전체(166이닝)보다 아직 90이닝을 덜 던졌는데, 볼넷은 벌써 작년 기록(44개)에 근접했다. 홈런도 마찬가지다. 작년 14홈런을 허용한 그는 올해 벌써 11홈런을 맞았다.
소속 팀도 문제를 인지하고 오타니에게 추가 휴식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존 로테이션대로면 오타니는 올스타 브레이크(7월 9일~13일·현지시각) 직전인 다음 달 8일 선발 등판 예정이었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오타니 등판을 하루 미뤄 그가 며칠 먼저 선발 등판한 뒤 더 길게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6일에 1번 등판 주기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오타니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가 피곤할 수는 있다”면서도 “걱정은 안한다. 그가 등판할 때 느낌은 여전히 똑같다”고 말했다.
미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의 투구 부진을 보다 다각도로 분석했다. 디 애슬레틱은 짧아진 등판 주기와 더불어 그가 스위퍼 구종을 지나치게 많이 던진다는 지적도 했다. 스위퍼는 슬라이더의 일종이지만 좌우·상하 움직임이 훨씬 큰 변화구로, 오타니의 주무기로 꼽힌다. 매체는 “오타니의 스위퍼는 여전히 매우 효과적인 구종이지만, 올 시즌 11홈런 중 7개가 스위퍼를 얻어맞았다”며 “그가 스위퍼를 지나치게 많이 던지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오타니의 올 시즌 스위퍼 구사 비율은 40%가 넘는다. 자연스레 또다른 그의 주무기인 스플리터와 직구 구사 비율은 떨어졌고, 평균 구속도 지난해 시속 95.8마일에서 올해 94.6마일로 낮아진 게 올 시즌 마운드에서 그의 위력이 약해진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디 애슬레틱은 올 시즌 MLB에 도입된 피치 클록(pitch clock) 제도도 오타니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치 클록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투수가 일정 시간 내에 투구를 하도록 정한 제도다. 매체는 “오타니는 지난해까지 투구 동작이 상당히 느린 투수였다. 피치 클록 제도는 그에게 독특한 도전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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