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부터 찰떡호흡… “그릇된 욕망의 끝 보여드릴게요”

유민우 기자 2023. 6. 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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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이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시카고' 공연 전에 만난 적이 없는데도 텔레파시가 통하듯 호흡이 맞았다고 한다.

두 배우는 "예술이라는 것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다"며 "한국 공연 출연진을 만나며 시카고 유산(legacy)의 일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국가에서 공연해도 시카고에 참여하는 순간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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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만에 한국 온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
살인범으로 교도소서 만난 2인
재능 이용해 무죄받은 실화 다뤄
한국 배우 최정원·아이비와 만남
“다른 언어로 공연해도 한 가족”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의 벨마역 로건 플로이드(왼쪽)와 록시역의 케이티 프리덴. 이들은 다른 언어, 다른 국가에서 공연해도 시카고에 참여하는 순간 한 가족이 된다고 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룸메이트를 고르라면 저는 벨마를 고르겠어요. 록시는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이라 싫거든요.”(케이티 프리덴, 록시 하트 역)

“저는 반대로 록시를 고르겠어요. 록시는 제가 잘 다룰 자신이 있으니까요.”(로건 플로이드, 벨마 켈리 역)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이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브로드웨이 공연 25주년을 기념해 결성된 이번 팀은 미국 51개 도시에서 8개월간 북미 투어를 진행한 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일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배우는 ‘벨마’와 ‘록시’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자랑하며 “매일 공연하며 캐릭터를 너무나 잘 이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수감된 후 무죄를 주장하고 유명해지려 고군분투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벨마’는 남편이 동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하고 둘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스타가 된다. ‘록시’는 내연남의 이별 통보에 화가 나 그를 살해하고 벨마와 같은 교도소에 들어온다. 이후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새로운 교도소 스타로 떠오른다. 두 주인공은 결국 무죄로 풀려나고 미국에서 유명 가수로 성공한다. 작품은 살인, 탐욕, 부패, 간통 등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살인마저 옹호하는 언론과 이에 선동당하는 대중을 비난한다.

플로이드는 “벨마는 똑똑하고 계획적이며 냉소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가끔가다 보이는 바보 같은 모습이나 허술한 면이 캐릭터의 매력을 더한다고 생각한다”며 “반짝이는 눈빛을 담아 비밀을 감춘 캐릭터로 연기했다”고 했다. 그는 “벨마와 록시의 관계는 정말 특이하다. 둘은 출소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뭐든지 한다. 그러나 협력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서로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상대의 강점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한팀이 돼 공연하는 것”이라고 했다. 프리덴은 “록시는 서바이버다. 벨마는 계획적이지만 록시는 내연남을 살해하는 순간부터 충동적이다”며 “그는 본능을 따르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발전한다. 다른 명배우들이 연기한 ‘록시’에 맞추려 하지 않고 내 본능대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벨마와 록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엄연한 살인범이다. 두 캐릭터가 작품에서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 정당할까? 프리덴은 “그렇진 않다. 하지만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플로이드는 “작품은 범죄자인 두 여성이 자신들의 재능을 이용해 유명인이 되고 사회가 범죄를 용서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1920년대에 살인을 저지르고 무죄를 받은 두 여성 벨바 게르트너(Belva Gaertner)와 뷸라 아난(Beulah Annan)이 벨마와 록시의 모티브다”고 했다.

그들은 ‘시카고’ 공연 전에 만난 적이 없는데도 텔레파시가 통하듯 호흡이 맞았다고 한다. 프리덴은 “마지막에 벨마와 록시가 공연하는 ‘핫 허니 래그’(Hot Honey Rag)를 처음으로 연습한 날에 안무가가 더 연습할 필요가 없겠다고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줬다”고 떠올렸다.

공연을 보러 온 한국 배우들과 만나기도 했다. 플로이드는 벨마를 연기했던 최정원 배우와, 프리덴은 록시를 맡았던 가수 아이비와 만나 배역을 맡으며 느낀 점들을 공유했다. 두 배우는 “예술이라는 것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다”며 “한국 공연 출연진을 만나며 시카고 유산(legacy)의 일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국가에서 공연해도 시카고에 참여하는 순간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공연은 8월 6일까지 이어진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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