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야 피아니스트 꿈… 콩쿠르·음반 욕심없다, 피아노가 좋을뿐”

이정우 기자 2023. 6. 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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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연주자로서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콩쿠르에 입상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이름 있는 레이블에서 음반을 녹음하는 것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먼저 콩쿠르에 입상했던 또래 친구들에게 경쟁심보단 존경심을 느꼈다"는 그는 음악적 목표를 묻자 "원하는 음악을 보다 명료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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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연주회 시작하는 김도현
올해 마포문화재단서 4회 공연
“음반 녹음, 인위적이라고 생각
늘 바뀌는 곡 해석 가두는 것”
피아니스트 김도현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무대에서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클래식 연주자로서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콩쿠르에 입상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이름 있는 레이블에서 음반을 녹음하는 것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피아니스트 김도현은 클래식 연주자로서 성공의 척도인 이 세 가지엔 관심이 없는 ‘신기한’ 연주자다.

지난 7일 인터뷰 후 “커리어를 신경 써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콩쿠르에 입상했던 또래 친구들에게 경쟁심보단 존경심을 느꼈다”는 그는 음악적 목표를 묻자 “원하는 음악을 보다 명료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마포문화재단의 상주 연주자 개념인 ‘M아티스트’인 그는 13일 독주회를 시작으로 네 차례의 기획 공연을 통해 베토벤과 슈베르트, 쇼팽 등을 들려준다.

김도현은 20대 중반을 앞두고 비로소 피아니스트란 꿈이 생겼다. 그전까진 “그냥 피아노가 좋고, 배우는 게 좋아서 순간순간 따라 했을” 뿐이었다. 예고 시절 주변 친구들이 크고 작은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심지어 조성진처럼 일찌감치 세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에겐 ‘남 일’처럼 여겨졌다. 김도현은 “고등학교 땐 그냥 친구들이랑 연주하고 노는 게 좋았다. 성진이 같은 친구에 비하면 ‘내가 무슨 피아니스트를 하겠냐’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친구들에게 경쟁심을 가진 적이 없어요. 좀 늦게 시작했다고 늘 생각해서 친구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레슨받곤 했어요.”

그랬던 그가 비로소 피아니스트의 길에 뛰어든 건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유학 중 러시아 거장 세르게이 바바얀을 만나면서다. 김도현은 “바바얀 선생님은 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며 “음표나 선율부터 몸이 가진 습관까지 하나하나 뜯어고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유학 1년은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며 “콩쿠르 도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싶으면, 피아니스트의 길은 갈 수 없다”는 바바얀의 충고는 그에게 충격을 줬다. “나름 피아노 좀 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사실 음악에 대해선 몰랐던 거예요. 그때부터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피아노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김도현은 2017년 스위스 방돔 프라이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했고, 2021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선 준우승과 함께 현대작품최고연주상을 받았다. 그는 부소니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에 대해 “자주 연주했던 요양원 분위기와 비슷해 좋은 연주를 들려줬던 것 같다”는 엉뚱한 답을 내놨다. “코로나19 시기라 콩쿠르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했어요. 상주했던 요양원에서 연주할 때 느낌과 비슷해 마음이 편안해져서 차분하게 제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도현은 보통의 연주자들이 꿈꾸는 음반 녹음 욕심도 없는 별종이다. “음반은 항상 변할 수 있는 곡에 대한 해석을 그 순간만 가둬놓아 버리잖아요. 좀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만약 음반 녹음을 했다면 누군가 강요해서 한 걸 거예요. 하하.”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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