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명 동남아 노리는 中 전기차… 한국은 고급화로 차별

박진우 기자 2023. 6.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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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완성차 업체가 인구 6억명의 거대 시장인 동남아시아에 전기차 생산 공장 등을 지으며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지역 내연기관차 시장을 장악 중인 일본차가 전동(전기로 움직임)화에 주춤하는 사이, 현대차가 틈새를 파고들고 있어 향후 한·중 전기차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 지리자동차(吉利汽车)는 태국 전기차 시장 진출 계획을 타진 중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리차는 보급형 전기차는 물론, 산하 픽업트럭 브랜드 레이더(Radar)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일을 검토하고 있다.

eQ1./지리자동차 제공

장성자동차(长城汽车)는 최근 태국에 전기 픽업트럭을 연구·개발하는 R&D 센터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태국에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에 나섰고, 태국 전기차 공장 신설에도 2억8500만달러(약 3700억원)를 쓰기로 했다.

상하이자동차(上海汽车)는 2025년까지 수백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부품공장과 물류센터를 짓는다. 또 창안자동차(长安汽车)는 태국에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연간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비야디(BYD)는 지난달 쩐홍하(Tran Hong Ha) 베트남 부총리와 만나 전기차 사업을 논의했다. 투자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5억1700만달러(약 6700억원)를 들여 태국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또 비야디는 현재 베트남에 현지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타진하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투자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태국에 출시된 BYD 아토3./BYD 제공

중국 완성차 업계가 동남아에 관심을 두는 건 이 시장의 전기차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 초기 단계지만, 구매력이 높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동남아 전체 인구는 약 6억명으로, 향후 수천만대의 전기차 시장이 열릴 수 있다.

해외 자동차 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태국이다. 세계 10위 자동차 생산국인 태국은 나릿 터엇사티라삭 태국 투자청장이 지난 4월 지리차, BYD, 창안차, 장화이자동차(江淮汽车), 장링자동차(江铃汽车) 등을 만나 전기차 투자 관련 논의를 하기도 했다. 일본 회사와 내연기관차에 의존해 온 태국은 기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산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한국의 70~80년대 산업화와 비슷한 흐름인 것이다. 태국은 현지에 50억바트(약 19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에 8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전기차 투자 적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구가 2억명 이상으로 많고,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원료 매장량이 풍부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전기차 제조사에 부품 수입 관세와 사치세 등을 면제해 주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역시 최근 동남아 시장에 눈독을 들인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고, 인근의 태국과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짰다. 현대차는 중국과 다르게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다. 현지 구매력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고급 전기차 시장부터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이 지역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5는 중국 전기차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현대차 제공

현대차 역시 동남아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이 지역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아세안(ASEAN) 시장 인구 트렌드와 기회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연 수입 2만5000달러(약 3300만원)를 초과하는 상위 소득 가구는 2019년 900만 가구였지만, 2030년에는 1800만 가구로 늘어난다. 또 이 지역 중산층인 연 소득 1만~2만5000달러 가구는 3900만 가구에서 6800만 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코트라는 “아세안 중산층 인구는 2030년에 전체의 67%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총 소비 역시 2020년 대비 약 2배 성장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면 한국이 주도하는 고급 전기차에서 중국이 강세인 저가 전기차로 중심축이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9~2021년 동남아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은 2019년 25.7%에서 2021년 8.2%로 감소한 반면, 중국산은 2019년 25.7%에서 2021년 46.1%로 급등했다. 대한상의는 “동남아 국가의 전기차 보급 의지는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소비자 구매력이 못 미치다 보니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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