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장 매진…페르메이르 그림 28점, 21세기 최고 전시가 되다

노형석 2023. 6. 1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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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네덜란드 라익스뮤지엄의 페르메이르 회고전 현장을 찾은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이 출품작중 하나인 <레이스를 뜨는 여인>을 감상하며 손짓하고 있다. 이 그림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뮤지엄 소장품으로 라익스 뮤지엄 전시에 특별히 대여됐다. 라익스뮤지엄 트위터에서 갈무리

전세계 관객들이 눈을 빛내며 전시장에 몰려들었다.

전시회는 개막 사흘도 안 돼 45만장의 입장권이 동났다. 관객들 아우성에 20만장 추가 발매를 진행했는데 얼마 안 가 미술관의 예매시스템이 다운돼버렸다. 그런데도 ‘입장권을 더 달라’ ‘입장 시간을 연장해달라’는 전세계 관객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폐막 직전 2300여장의 입장권을 다시 추가로 찍고 무려 새벽 2시까지 전시관람 시간을 연장했다. 모두가 잠든 자정 넘긴 새벽 시간에 많은 관객들이 숨죽이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초현실적인 풍경까지 연출되었다.

지난 2월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거장의 전시를 진행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인 라익스뮤지엄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사건들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쇄도한 관람 인파는 경이감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까지 고려해 엄격한 입장통제를 시행했는데도 넉 달 동안 무려 65만장의 티켓이 팔려나갔고 10만권 이상의 도록이 판매됐다.

21세기와 지난 세기의 역대 명작전을 통틀어 이렇게 열렬한 전시가 있었던가. 이 전례 없는 열기는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43살 평생을 그림 장인으로 고단하게 살았고, 사후 2세기 가까이 잊혔다가 재조명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그림들을 온전히 보고 싶다는 대중적 욕망이 절실했다는 방증이었다.

지난 4일 끝난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페르메이르의 회고전(암스테르담 라익스 뮤지엄)이 세계 미술계에 여전히 반향을 남기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 수는 극히 적어도 <진주 귀고리 소녀> <우유 따르는 여인> 등 보석같은 명작들로 유명한 그의 주요 작품 28점을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은 기념비적 전시로 전시 자체가 애호가와 전문가들로부터 보석과 같은 명품 대우를 받았다.

입장제한을 했는데도 65만장 티켓 조기 매진, 전세계 100여개국서 온 입장객들 러시로 새벽 2시까지 전시장 개방 등 숱한 진기록과 화제를 남기며 역사상 최고의 명작전, 최고의 블록버스터 기획전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라익스뮤지엄에서 열린 페르메이르 회고전 전시장에서 작가의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인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한 여성 관객이 감상하고 있다. 라익스뮤지엄 제공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페르메이르의 작품 37점 가운데 28점을 모은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헤이그 마우리스이츠 뮤지엄에 있는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와 <델프트풍경>을 비롯해 라익스 뮤지엄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된 <레이스 뜨는 여인>, 독일 드레스덴 알테마이스테 회화관에 있는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같은 친숙한 대표작들을 필두로, 미국 뉴욕 프릭컬렉션의 명작들인 <여주인과 하녀> <음악 듣기를 그친 소녀> <기사와 웃는 소녀>가 처음 찾아왔다. 일본 도쿄 립서양미술관에 일본의 한 기업이 위탁보관 중인, 작가가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가 화가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그린 초창기 작품인 <성 프락세디스>도 날아왔다.

7개 나라 14개 뮤지엄에 나온 소장품들의 집합체인 이 전시의 작품들은 대작이 없고 대부분 소품 크기의 작품들뿐이지만, 타코 디비츠 관장을 비롯한 기획진은 프랑스 건축과 미셀 빌모트와 손잡고 경내 필립스관을 고급스러운 커튼 벽으로 구획하면서 11개의 주제별 영역마다 불과 1~2개의 소품을 배치하면서 작품의 분위기와 상징적 의미를 채워 포만감을 안겨주는 전시 연출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이런 큐레이팅의 혁신은 최근의 보존과학 분석의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 전시 기획진은 보존과학자들과 손잡고 <우유를 따르는 여인>의 뒤 화면을 적외선 분석한 결과 다른 받침대와 바구니가 그려졌다 지워진 사실을 발견했고, 진위 논란을 빚었던 일본 소장 초기작 <성 프락세디스> 또한 진품임을 밝혀냈다.

지난 2021년 벽면에 미지의 큐피드 천사가 그려진 사실을 공개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독일 드레스덴 소장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과 적외선 분석 결과가 비슷한 시기 공개됐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또한 적외선 사진 등의 분석결과와 함께 한자리에 공개돼 관객들은 더욱 친숙하게 페르메이르의 삶과 명작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전시는 온전히 끝나지 않았다. 라이스 뮤지엄은 지난 7일부터 10월10일까지 미술관 소장품 외에 미국 워싱턴 디시 내셔널갤러리 소장품인 <빨간 모자를 쓴 소녀>와 뉴욕 라이든 컬렉션의 <버지널을 연주하는 젊은 여인> 등 6점의 작품을 계속 전시한다. 뮤지엄 연구진은 <델프트풍경> <지리학자> <성 프락세디스>에 대한 과학적 분석 작업을 지속해 작가의 사후 350년이 되는 2025년에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도판 라익스뮤지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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