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화성에 가기 위한 해결 과제들 [김정욱의 별별이야기](29)

김정욱 기자 2023. 6. 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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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우주.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일찌감치 우주의 가치에 눈을 뜨고 그 공간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죠. 미지의 우주, 그 광활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려 합니다. <편집자주>

화성에서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수천년 전부터 밤하늘의 달을 보며 그 곳을 동경했던 인류의 꿈은 1960년대에 이뤄졌습니다. 이제 인류의 눈은 여름밤 밝게 빛나는 지구의 이웃 행성 화성을 향해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각 나라에서 화성에 경쟁적으로 탐사선을 보냈었는데 이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30년대 초 화성 유인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도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또 그곳에 거주용 기지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인간이 2030년대에 화성에 갈 수 있을까요? 화성은 달처럼 며칠 만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닌데요.

지구 중력에 맞게 진화한 인류···장기간 무중력 생활 해결해야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현재의 과학기술로 최소 7개월이 걸립니다. 오랫동안 무중력 상태의 좁은 공간에서 우주의 각종 위험들과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화성착륙은 달에 가는 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술이 필요합니다.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극복해야 할 게 중력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주에서 장기간 체류할 때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대부분 중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의 중력인 1G에 적응하면서 진화해 왔습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1G보다 중력이 크거나 적으면 우리의 몸도 변화하면서 건강을 해칩니다. 무중력 상태인 0G의 환경에 사람이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좋지 않죠.

우선 중력이 1G이하면 사람의 근육이 약해집니다. 근육을 잡아주던 중력의 힘이 사라지면서 온몸의 근육은 탄력을 잃게 됩니다. 이 때문에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매일 2시간 이상 근력운동을 합니다.

하지만 근력운동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팔·다리의 근육은 운동으로 어느 정도 탄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내장근육의 문제는 운동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이 내장근육의 탄력을 유지시켜 주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금방 내장근육의 힘이 약해지죠.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들. 사진제공=나사

무중력 상태에서는 골밀도가 감소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 몸의 칼슘은 중력 덕분에 뼈에 붙어 있죠. 그런데 중력이 없으면 칼슘이 빠져나갑니다. 화성행 우주선 승무원이 7개월을 잘 버티고 화성에 도착한다고 해도 화성 땅을 밟게 되면 그 순간 다리뼈가 과자처럼 부서질 것입니다.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는 허리(척추)와 목뼈 통증도 유발합니다. 허리 마디마디가 늘어나 키는 3~5㎝가량 커지지만 요통을 동반합니다. 허리 통증은 우주정거장 우주인들의 만성질환이기도 합니다.

시력이 나빠지는 것도 중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몸의 순환계는 1G에 맞는 힘으로 펌프질을 해 혈액을 뇌와 각 기관에 보냅니다. 이렇게 진화해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혈액이 거칠게 솟구쳐 온몸에 피가 과도하게 흐르게 됩니다. 특히 이때 눈에는 과도한 유체 압력이 가해져 시신경의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이 나빠집니다.

실제로 우주정거장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하다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들은 모두 시력감퇴를 호소합니다. 시력이 1.0이었던 사람이 지구로 귀환 후 시력검사를 하면 0.2~0.5 정도가 나오죠. 감퇴된 시력은 지구에서 대부분 회복되지만 일부는 영구적으로 손상됩니다.

중력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공중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상과학(SF)영화에서는 인공중력이 자주 등장하는 데 사실 이는 제작비 절감 차원입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큰 우주선 자체에 장기간 인공중력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나사에서도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가장 골칫거리가 중력에 대한 문제라고 밟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나사에서는 아직 인공중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죠. 이에 나사는 인공중력 대신 다른 것으로 사람의 신체를 지구에서처럼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자기장이 태양풍을 막아주는 모습 상상도. 사진제공=유럽우주기구(ESA)
지구에선 몰랐던 우주방사선···우주에선 가장 큰 위협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7개월 간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지구는 자기장이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을 막아주지만 우주 공간은 엄청난 유해방사선으로 가득합니다.

방사선이 지구 생명체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방사선은 중력 문제보다 더 치명적인 위험을 일으킵니다.

화성으로 가던 중 태양풍을 만나면 우주선 안의 승무원은 40렘의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이는 우리가 병원에서 전신 씨티(CT)촬영을 40회 정도 했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 양입니다. 40렘이 치사량 수준은 아니지만 암 관련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태양풍은 다행히 도착 1~2일 전에 예측할 수 있어 태양풍 경보가 울리면 바로 물탱크 뒤로 몸을 숨기면 됩니다. 물은 태양방사선을 잘 흡수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주선의 무게는 최대한 줄여야 하므로 승무원들을 모두 가려줄 수 있는 큰 물탱크를 우주선에 실을 수는 없습니다. 우주방사선에 대한 문제도 아직은 딱히 해결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장기간의 우주공간 생활, 불안감·고독감 불러와

우주에서의 오랜 고립생활도 화성여행의 걸림돌입니다. 우주라는 공간에 여러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생활하면 불안감과 고독감 등으로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나사에서는 가상현실(VR) 이용을 연구 중입니다. VR을 통해 지구의 생활을 간접 체함하게 하는 것입니다. VR이 우주인의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SF영화에서는 이런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간 잠을 자는 인공동면도 나옵니다. 그런데 인공동면 기술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인공동면이란 아직까지는 SF의 영역이죠.

중력·방사선·심리적 불안 및 고독감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화성으로 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40일만에 갈 수 있습니다. 2006년 발사된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호는 41일만에 화성을 지나갔습니다.

뉴호라이즌호처럼 화성행 우주선도 속도를 빠르게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문제점이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비행하다 화성에 도착할 쯤에는 급감속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중력가속도에 의해 우주선 승무원들의 몸이 찌그러져 사망합니다. 이 때문에 빠르게 날아간다고 해도 몇 달에 걸쳐서 천천히 감속을 해야 하고, 결국 화성까지 가는 데는 40일 이상이 걸리는 거죠.

로버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나사
너무 먼 지구-화성 거리···응급상황 땐 화성서 스스로 해결해야

만약 이 모든 난관들을 해결하고 화성에 도착하면 지구와 화성간 먼 거리도 문제가 됩니다. 바로 긴급상황에서 통신입니다.

지구와 화성은 모두 태양 주변을 돌고 있어 각각의 공전 위치마다 거리가 달라집니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울 때는 5460만㎞, 가장 멀 때는 4억1000만㎞입니다.

화성에서 지구와 전파로 송수신을 하게 되면 최소 6분에서 최대 40분이 걸립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해 지구의 지시를 받아야 할 때 상황을 알리고 답신을 받는데 까지 아무리 빨라도 6분은 걸리는 셈입니다.

따라서 화성에 가는 사람은 급작스러운 부상이나 질병발생에 대비해 기본적인 의학지식을 갖춰야 하고, 이외에 우주선이나 가지고 간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능력 등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화성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고독하며 여러 난관을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항상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목표를 이뤄왔습니다.

현재의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는 과거에 비해 무척 빠르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화성행 문제들을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화성을 향한 인류의 꿈이 실현되는 날은 올 것입니다. 사람이 직접 화성으로 가 그 곳의 모습을 생생하게 중계하고 지구에 있는 우리는 편하게 안방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화성을 간접체험 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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