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이응노미술관 특별전과 대전의 미술평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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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이응노미술관에서 시작된 '이응노와 박승무 70년 만의 해후'라는 제목의 전시가 세간에 화제다.
고암 이응노와 심향 박승무가 홍성과 옥천이라는 충청지역의 화가로서만 인식되었지 두 작가가 어떤 관계였는지 잘 몰랐던 만큼,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응노 연구소에는 연구소장과 학예사가 있고 연구소 산하에 연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위원회의 구성원은 현재 대전지역의 이론가 및 평론가들과 타지역 이응노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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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이응노미술관에서 시작된 '이응노와 박승무 70년 만의 해후'라는 제목의 전시가 세간에 화제다. 고암 이응노와 심향 박승무가 홍성과 옥천이라는 충청지역의 화가로서만 인식되었지 두 작가가 어떤 관계였는지 잘 몰랐던 만큼,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두 예술가의 생애에 걸쳐 각자의 작업이 어떤 스타일로 전개되었는지 보여주는 한편, 두 거장의 아름다운 우정 관계를 잘 조명하고 있다. 박승무가 11살 손위의 나이였지만 이응노를 존중하였고, 이응노 또한 자신이 차린 간판점인 개척사를 전주에서 운영할 때 개척사 내에 '심향선생화훼 사무소'를 두어 1934년 7월 전주에서 박승무의 <심향화훼>가 개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전시는 두 거목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 흥미로운 특별전으로 여겨진다. 전시장의 관람 동선은 두 사람의 연보에 맞추어 시기별 어떤 작업을 하였는지 그리고 그들이 교류했던 시점을 따라가면서 그려진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그린 사계 산수를 비교해 보면, 이응노의 힘 있고 거친 붓질과 추상화된 스타일이 두드러지고, 박승무의 사계는 전형적인 남종산수화 양식을 반영해 미점(米點) 즉 쌀알같이 붓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응노의 화풍이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운필이라면 박승무의 그림은 잔잔하고 고매한 품격을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양질의 전시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응노미술관 내의 이응노 연구소가 2022년부터 준비한 '아카이브로 보는 이응노와 대전'사업이 있어서 가능하였다. 이응노 연구소는 2020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응노 관련 아카이브와 학술 세미나 및 출판사업을 통해 이응노의 한국화단에 끼친 영향과 가치를 탐구하는 역할을 하면서 전시의 질을 높이는 일에도 힘쓰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응노 연구소에는 연구소장과 학예사가 있고 연구소 산하에 연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위원회의 구성원은 현재 대전지역의 이론가 및 평론가들과 타지역 이응노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의외로 대전지역의 평론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연구작업이나 아카이브가 그동안 많지 않았다. 최근에야 대전시립미술관의 소장품 해제사업에 대전 평론가들의 참여가 이루어졌고 2022년부터 이응노미술관의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이들이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대전의 미술관들과 교류하게 된 것 같다. 실제로 대전시립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평론과 세미나가 오랫동안 타지역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대전시립미술관 내부에서 진행되는 사업들, 예컨대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의 경우 필진이나 심포지엄 관련해서 대전지역의 평론가들이 초대된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마찬가지로 대전문화재단의 사업 및 프로그램도 타지역 평론가 참여율이 훨씬 높은 편이며 대전의 평론가들과의 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물론 대전의 평론가를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으나 대전의 미술관, 재단, 작가, 평론가 등 대전의 미술계가 활발히 상호작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외부의 전문가에게만 의존할 이유가 있을까?
이응노미술관의 전시와 이응노 연구소에 소속된 대전 연구위원들의 참여를 계기로 대전 미술계의 평단이 활성화되고 앞으로 미술관과 문화재단을 통해 이들이 대전 미술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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