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지역 발전소 하청 노동자는 한국전력 직원”

김지환 기자 2023. 6.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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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한국전력 ‘불법파견’ 인정
한전 퇴직자 단체, 하청업체 지분 전체 소유
“한전, 하청노동자에 상당한 지휘·명령”
원청인 한국전력과 JBC 하청노동자 간 카톡방.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실 제공

한국전력으로부터 도서지역 전력공급 사업을 위탁받은 하청업체 JBC 노동자들이 한국전력 소속 노동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원청인 한전이 한전 퇴직자 단체가 지분 100%를 가진 JBC에서 불법으로 노동자 파견을 받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유상호)는 지난 9일 JBC 노동자 145명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전과 도서전력설비 위탁운영 용역계약을 체결한 JBC 노동자들은 울릉도·백령도 등 66개 도서지역에서 한전 소유 발전소 운영 및 배전시설 유지·관리 등의 업무를 해왔다.

내륙의 발전소로부터 송·배전을 받기 어려운 도서지역에서는 1990년대 초까지 지방자치단체 또는 주민들이 자가발전시설을 운영했다. 정부는 도서지역에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을 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한전의 자가발전시설 인수를 독려했다. 애초 6개 지역의 시설만 인수해 운영하던 한전은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수 작업에 나섰다.

도서지역 발전시설에서 오래 일할 직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한전은 1996년부터 자가발전시설에서 일하던 현지 주민 등 인력을 확보한 JBC에 매년 업무를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다. JBC는 한전 퇴직자들로 구성된 한국전력전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JBC 전·현직 임원도 한전 퇴직자들이다.

재판부는 한전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면서 이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전은 수십여종에 달하는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해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처리방식 및 근무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또 하청 노동자들에게 e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유선 연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적 업무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청 노동자들은 한전 직원들과 같은 홍보용 조끼와 안전띠 등을 착용한 채 공동작업 형태로 (도서지역 주민들에게) 생필품 지원 등 다앙햔 홍보·봉사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JBC는 소속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무 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탁받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기술성, 용약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하청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덕현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한전과 한전 퇴직자 단체 간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도서전력설비 위탁용역계약이 대법원 판례 기준상 모든 측면에서 ‘불법파견’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한전이 불법적 행위를 중단하고 판결에 따르는 것이 공기업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길이고, 도서지역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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