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 없이도 출산율 높은 스웨덴…비결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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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후 배우자와 함께 480일의 육아휴직을 모두 소진했지만, 정부로부터 자녀 간병휴가를 120일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마음 편하게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주스웨덴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최연혁 린네대 교수는 "저출산 해법은 가정 내 성평등에 있다"라고 말하며 여성 고용률 제고와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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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의원·장관 비율 절반 육박…비혼출산율 50% 넘어
(스톡홀름=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스톡홀름에 사는 에바(31)씨는 '삼보'(sambo·사실혼) 배우자인 남성 파트너와 함께 5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최근 아이가 폐렴에 걸려 닷새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출산 직후 배우자와 함께 480일의 육아휴직을 모두 소진했지만, 정부로부터 자녀 간병휴가를 120일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마음 편하게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스웨덴 부모들은 내 손으로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도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는다. 2021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80.8%에 달하지만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한국(0.78명)의 배를 웃도는 1.66명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주스웨덴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최연혁 린네대 교수는 "저출산 해법은 가정 내 성평등에 있다"라고 말하며 여성 고용률 제고와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웨덴은 성격차지수(GGI) 순위(높을수록 성평등)가 146개국 중 5위(한국 99위)다. 저출생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선진국의 현상이라는 통념과 반대다.
최 교수는 스웨덴이 아동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각종 가족정책을 마련했는데, 결과적으로 세계 최상위 수준의 성평등을 달성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아빠들은 의무적으로 3개월간 육아휴직을 쓰며 아이를 돌봐야 한다.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 육아휴직을 도입했으며, 도입 당시에는 부모에게 6개월간 직장을 쉴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후 보육의 성평등과 아동인권을 제고하기 위해 이 기간은 부모 양쪽을 합해 총 480일로 늘어났으며 반드시 부모가 사용하도록 남성이 의무적으로 90일의 휴가를 쓰도록 했다.
부모 각각을 기준으로 보면 240일 중 195일간은 월급의 80%를 나라에서 주고, 나머지 45일에 대해서는 하루 180크로나(약 2만1천600원)를 정액 지급한다.
12세 이하의 아동이 아픈 경우 부모는 간병휴가를 120일까지 받을 수 있고, 이 기간 평균소득의 약 77%를 간병급여로 지급받는다.
니클라스 로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가족재정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남녀 근로자가 모두 육아휴직을 한다는 게 전제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양쪽 다 평등하게 채용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자녀 양육을 이유로 여성을 차별할 이유가 없어지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스웨덴은 이제 성별 구분이 의미가 없는, 젠더뉴트럴(gender neutral·성중립) 사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의회 의원 비율은 46%, 내각 장관 성비는 46%다. 민간영역 여성 관리직 비율은 34%로 비교적 낮지만 공공영역에서는 이 비율이 67%까지 올라간다. 2021년 기준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 비율은 95%에 달한다.
비혼 출산율이 높은 것도 스웨덴의 출산율을 지탱하는 요소다.
스웨덴에서 부모의 정의에는 '부 혹은 모의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비혼 커플도 부모휴직이나 간병휴가 등 각종 혜택을 차별 없이 받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동거 커플의 배우자가 출산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렇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년 통계상 스웨덴의 비혼 출산 비율은 55.2%로 절반을 웃도는 반면,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최 교수가 대학에서 만난 학생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을 구하면서 애인과 동거를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그는 "20대 초반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린 뒤에 뒤늦게 학업에 뜻을 품는 학생들이 많아 25세 이후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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