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이면 1,2위팀 다 사고도 남는데..‘극악의 가성비’ 속타는 양키스[슬로우볼]

안형준 2023. 6.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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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그야말로 '극악의 가성비'다.

뉴욕 양키스는 6월 12일(한국시간)까지 시즌 38승 38패, 승률 0.576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 승률 5할을 훌쩍 넘기고 있고 오늘 당장 정규시즌이 종료된다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다. 부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만족스럽다고도 할 수 없다. 양키스는 12일까지 지구 1위 탬파베이 레이스에 무려 9경기차로 뒤쳐졌다. 시즌 초반부터 역대급 질주를 선보인 탬파베이의 기세가 워낙 대단하기는 했지만 '스타군단' 양키스 입장에서는 손쉽게 수긍할 수는 없는 승차다. 지구 2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승차도 3.5경기로 작지 않다.

올시즌 최악의 가성비를 보이는 팀은 양키스의 연고 라이벌인 내셔널리그의 뉴욕 메츠. 선수단 연봉 총액이 3억 달러를 훌쩍 넘어 압도적인 페이롤 1위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메츠의 승률은 5할 미만이다. 메츠와 비교하면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양키스는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키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선수들이 기대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하 기록 6/12 기준).

지난겨울 9년 3억6,000만 달러의 역대 FA 야수 연평균 금액 최고액 계약을 맺은 '캡틴' 애런 저지는 지난해 MVP의 위용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아니 있었다. 저지는 49경기에서 .291/.404/.674 19홈런 40타점을 기록해 여전히 최고의 타자임을 증명했지만 올시즌 벌써 2번째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여전한 유리몸임도 증명했다. 5월 초 엉덩이 부상으로 IL을 방문한 저지는 지금은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해 발가락 부상을 당해 IL에 머물고 있다. 저지의 올시즌 연봉은 4,000만 달러다.

그래도 저지는 '양반'이다. 또 다른 유리몸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올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며 단 20경기 출전에 그쳤다. 20경기에서 .233/.282/.493 5홈런 12타점을 기록한 스탠튼은 건강도 성적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전 소속팀 마이애미 말린스와 맺은 13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이 2027시즌까지 이어지는 스탠튼의 올해 연봉은 3,200만 달러다.

MVP 출신 3루수 조시 도날드슨은 더 심하다. 스탠튼과 마찬가지로 4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최근 복귀한 도날드슨은 올시즌 13경기를 소화했다. 성적은 .143/.217/.500 5홈런 6타점. 시즌 안타 6개 중 5개가 홈런이라는 사실은 대단하지만 시즌 안타가 6개 뿐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4년 9,200만 달러 계약이 올시즌으로 끝나는 도날드슨의 올해 연봉은 2,175만 달러다.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 DJ 르메이휴도 실망스러운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라이브볼 시대 최초로 양대리그에서 모두 타격왕을 차지한 '타격 달인' 르메이휴는 장타자는 아니지만 타격 능력이 검증된 선수였다. 양키스는 그런 르메이휴와 2021시즌을 앞두고 6년 9,0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르메이휴는 올시즌 58경기에서 .236/.297/.382 6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빅리그 데뷔 후 최악에 가까운 성적을 쓰고 있다. 르메이휴의 올시즌 연봉은 1,500만 달러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선수가 추가됐다. 바로 양키스가 지난 겨울 2년 4,000만 달러 계약으로 잔류시킨 1루수 앤서니 리조다. 공수겸장 리조는 많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5월까지 53경기에서 .304/.376/.505 11홈런 32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지탱했다. 하지만 6월 갑자기 달라졌다. 리조는 6월 8경기에서 .033/.121/.033을 기록 중이다. 홈런도 타점도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6월에 30타수 1안타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4일 LA 다저스전 2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한 뒤 27타석(24타수) 연속 무안타다. 5월을 마치는 시점에 0.304였던 타율은 현재 0.269까지 뚝 떨어졌다. 올시즌 리조의 연봉은 1,700만 달러다.

5명의 베테랑 타자들의 올해 연봉 합계는 무려 1억2,575만 달러(한화 약 1,625억 원). 중소규모의 시장을 가진 구단들의 한 시즌 연봉 총액을 크게 뛰어넘는 액수다. 여기에 지난겨울 6년 1억6,2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었지만 개막 두 달이 지나도록 아직 마이너리그 마운드에조차 오르지 못한 '특급 유리몸' 카를로스 로돈(2023년 연봉 약 2,283만 달러)까지 합하면 6명의 올시즌 연봉이 탬파베이(약 7,390만 달러)와 볼티모어(약 6,500만 달러)의 올시즌 개막 로스터 연봉총액 합계보다 더 비싸다. 심지어 양키스는 현재 볼티모어 선수인 애런 힉스의 연봉도 약 1,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구단이지만 양키스는 2009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다르다는 각오로 데릭 지터가 은퇴한 이후 공석이었던 '캡틴'까지 정식으로 임명했지만 시즌 중반으로 향하는 현재 성과는 만족하기 어렵다.

물론 저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티켓을 바라보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야구 시즌은 장기전이다.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주지 못하면 대체 동력만으로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승률 5할을 오르내리고 있는 최하위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외하면 12일까지 모든 팀이 승률 0.550 이상을 기록한 그야말로 '죽음의 조'다. 주축 선수들의 반등이 없다면 양키스는 지금의 순위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매년 최고 명문 구단의 자존심에 상처가 더해지고 있는 양키스는 올해 가장 높은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결국 열쇠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베테랑 선수들이 쥐고 있다.(자료사진=뉴욕 양키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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