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벌었는데 남는 게 없다"… 건설 원가율 위험 수준

김노향 기자 2023. 6. 1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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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10대 건설 원가율 비상(1)] 공격적 수주, '부메랑' 돼 돌아왔다

[편집자주]주택사업 호황기에 공격적인 수주 경쟁으로 외형을 키워온 건설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수주 당시만 해도 높은 수익성이 예상돼 출혈경쟁까지 감수했던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공사비 분쟁'이란 난관에 부딪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70~80%대였던 건설업체의 원가율은 90%를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이 2%대에 머문 곳도 있다. 매출 급등에도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에 그쳐 재무 건전성에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0%대 초중반이던 주요 건설업체들의 원가율이 90%를 훌쩍 넘어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열심히 벌었는데 남는 게 없다"… 건설 원가율 위험 수준
(2) 현대ENG·롯데건설, 매출 대비 수주고 '40배'
(3) 매출 늘었지만 어두운 대형건설기업들… '미청구공사' 증가로 몸살

2020년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원가율이 크게 높아진 건설업종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80%대 초중반이던 주요 건설업체들의 원가율이 90%를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원가율 상승은 높은 매출 성장에도 건설업체들의 영업이익을 저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건설조차 영업이익률이 2%로 낮아졌다. 그만큼 외형만 커졌을 뿐 기업의 내실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저가 수주 경쟁을 하던 건설업체들은 앞다퉈 공사비를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심지어 어렵게 공사비를 인상해도 영업손실이 우려되는 수준이어서 공사를 포기하는 사태마저 잇따랐다. 주요 공사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의 경우 2020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 그만큼 공사비를 올리지 않는 한 이윤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시멘트 가격 올해도 상승 지속


올 1분기 기준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착공 전인 국내·외 누적 수주금액이 가장 많은 건설기업은 현대건설로 총 100조5874억원 규모의 공사를 확보했다. 이는 3년 전인 2020년 1분기(79조8404억원)보다 26.0% 많은 것으로 국내 건설업체로는 유일하게 누적 수주 금액이 100조원을 넘는다.

현대건설이 1분기 동안 구매한 주요 원재료 금액은 2020년 1조275억원에서 올해 1조3192억원으로 28.3% 증가했다. 주요 공사 자재 가운데 철근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이후 폭등했다가 올들어 안정되는 추세지만 시멘트의 경우 상승세가 지속됐다. 현대건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봉강류(철근) 톤(ton)당 가격은 96만3000원으로 지난해 말(101만원)보다 4.6% 내렸다.

하지만 2020년 1분기(67만원)에 비해선 3년 만에 43.7% 급등했다. 2020년 이전엔 원자잿값 하락으로 철근 가격은 ▲2018년 73만2500원 ▲2019년 72만4000원 ▲2020년 1분기 67만원 등으로 떨어졌다.

시멘트 가격의 경우 올해도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분기보고서에서 올 1분기 시멘트 가격은 톤당 9만9000원으로 지난해 말(8만1250원) 대비 21.8% 상승했다. 2020년 1분기(6만7000원)와 비교하면 3년 만에 47.7% 급등한 셈이다. 2018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시멘트 가격은 6만7000원으로 동일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건설공사비 가격변동을 산정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24.84에서 지난해 142.38로, 올들어선 150.93까지 상승했다. 제품의 최종 가격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원가율이 90% 안팎을 나타낸 가운데 현대건설의 올 1분기 원가율은 93.7%로 전년 동기(91.0%) 대비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택사업부문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주택사업 원가율을 상쇄하기 위해 해외 사업과 플랜트, 신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호 디자인 기자


손해 봐도 결국 '공사 포기'


코로나19 전후로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통한 유동성 지원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이루며 건설업체들은 주택·건축사업 비중을 늘려왔다. 실제 10대 건설기업 중 GS건설(69.6%) DL이앤씨(64.3%) 대우건설(61.5%) 롯데건설(60.2%) 등은 주택·건축사업 비중이 60%를 넘는다.

문제는 민간사업인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공공공사와 달리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공사비 즉시 반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관련 사업장마다 시행 측(조합)과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고 있거나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대 건설기업의 매출 대비 원자재 구매금액 비중이 10% 안팎인 가운데 롯데건설이 19.7%로 가장 높고 대우건설이 6.9%로 가장 낮았다.

대우건설은 올 2월 울산 동구 주상복합사업에서 대주단이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전 10%를 넘는 이자율을 요구하자 최소 1000억원대 미수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 440억원의 지급보증 손실을 감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롯데건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공격적인 정비사업 수주를 유지했다. 2022년 상반기 롯데건설의 정비사업 수주금액은 10대 기업 중 GS건설에 이어 2위였다. 올 1분기 롯데건설은 누적 기준 정비사업 수주액은 45조9127억원으로 지난해 말(45조1719억원)보다 1.6% 늘었다.

반면 10대 건설의 올 1분기 정비사업 신규 수주는 4조5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감소했다. 올해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 여러 사업지가 잇따라 유찰을 겪는 상황에도 롯데건설은 공사비 1728억원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제8구역 재개발 사업 등을 수주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그룹 지원과 금융권과 협약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주택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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