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저출산 정책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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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립되는 '저출산·고령사회 시행계획'에는 중앙 부처 사업 200여개, 지자체 사업 수천 개가 저출산 대응 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출산 정책으로 분류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은 위기청소년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지만, 이 정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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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립되는 ‘저출산·고령사회 시행계획’에는 중앙 부처 사업 200여개, 지자체 사업 수천 개가 저출산 대응 사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양육, 돌봄, 일ㆍ육아 병행 지원 같은 사업들이 핵심 정책이지만 여기서 조금 벗어나면 이게 저출산 대응 정책인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저출산 정책으로 분류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은 위기청소년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지만, 이 정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다른 사례로 청년과 여성의 창업지원 정책은 중요한 일자리 정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정책으로 결혼과 출산이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낡은 초중등 교육시설을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학습 환경으로 개선하는 사업 역시 필요한 교육 정책이지만 실효적인 저출산 정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지자체 시행계획에서는 이런 유형의 정책을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일부에서는 청소년 보호, 일자리 확대, 교육시설 개선 모두 저출산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경제문제 해결 없이 어떻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겠냐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주장대로라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정책 대부분이 저출산 정책이 돼야 한다.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저출산 기본계획에서 저출산 정책과 사회정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저출산 정책의 범위가 사회정책 전반으로 확대되면 두 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저출산과 연관성이 낮은 정책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재정 지출 대비 효과성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둘째, 저출산 예산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정작 필요한 정책을 구축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는데 왜 추가 예산이 필요하냐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미흡한 대책을 적극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정해 방만해진 저출산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어떤 기준이 필요할까. 결혼과 출산은 합리적인 개인의 선택이므로 개인의 의사결정과 선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여성 일자리 확충 정책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출산으로 초래된 경력단절 방지를 위한 일자리 정책은 경력단절을 고민하는 부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저출산 정책이다. 또한 결혼과 출산 의사가 높은 계층에 정책을 집중해야 하고 먼 미래의 혜택보다는 현재 직면한 걸림돌 해결을 위한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전 세계 국가 중 ‘저출산’ 정책을 별도로 구분해서 추진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인구 위기 상황이 절박해지면서 특수 임무가 주어진 것이니 기존의 사회정책과 차별되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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