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들 청년도약계좌 조건 기대 이하, 정답 아니다

2023. 6.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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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자산 형성과 자립을 돕기 위해 출시되는 청년도약계좌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이 상품은 연 소득 75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연 6% 고금리를 비과세로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국무조정실이 몇달 전 조사한 취업 청년 월 평균 임금은 250만 원 안팎이었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예상 인원은 최대 300만 명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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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 6%’ 간데 없고 카드 긁기 유도, 자산 형성·자립 지원 취지 무색해져

청년의 자산 형성과 자립을 돕기 위해 출시되는 청년도약계좌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이 상품은 연 소득 75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연 6% 고금리를 비과세로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월 70만 원씩 5년간 납입하면 정부기여금을 합해 최대 5000만 원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이 사전 공시한 금리를 분석한 결과 기본금리는 연 4%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지급하는 우대금리였다. 해당 은행이 발행하는 카드를 3년간 1000만 원 이상 사용해야 하는 식이다.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목돈을 써야만 유지되는 모순에 처한 것이다.

청년도약계좌의 우대금리 조건은 급여 자동이체, 첫 거래, 마케팅 동의 등 은행별로 다양하다. 다른 건 수용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 카드 실적이 제일 문제다.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는 12개 은행 가운데 8곳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다. 연 0.5~1% 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월 30만~40만 원씩 3년간 카드 사용 실적이 유지되어야 한다. 국무조정실이 몇달 전 조사한 취업 청년 월 평균 임금은 250만 원 안팎이었다. 연금이나 보험료 주거비 교통비 생활비 등을 빼면 가용 자산은 90만 원이 채 안 된다. 여기서 이만한 저축과 카드 지출을 병행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자사 알뜰폰 사용을 조건으로 내건 은행도 있다. 만약 이런 우대금리를 포기하면 일반 적금과 변별력이 사실상 없다.

은행들은 일반 상품보다 여전히 고금리여서 팔수록 손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최근 금리 인상기에 금융권이 올린 영업실적을 보면 이는 엄살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무려 7조 원에 육박한다. 상황이 좋았던 지난해의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조 원 이상 늘어났다. 지난 연말엔 성과급 잔치도 벌였다. 저금리 때나 고금리 때나 예대금리 조정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덕분이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예상 인원은 최대 300만 명 정도이다. 월 납입 최고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율이 높다고 실제 지급하는 이자가 무한정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인색하게 운용하니 은행들이 욕을 먹는다.

정부가 지원금을 줄 테니 아무리 저축하라고 독려해도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청년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비슷한 개념으로 나온 청년희망적금은 연 10% 이자 덕분에 초반에 높은 인기를 모았으나 계좌 유지율이 자꾸 떨어진다. 월 50만 원 저축도 힘에 부친다는 의미일 것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이왕 돕기로 했다면 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되면 약속했던 연 6%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출시는 오는 15일이다. 금융권은 그 전에 상품을 재설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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